'롯데 경영권 분쟁' 불법 자문 민유성 구속 기로.."신동주에 불똥 튀나"
신동주에게 악영향 불가피, '신동빈 흔들기' 명분 잃을 듯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롯데그룹 경영을 방해하고 '형제의 난'을 촉발시켰던 '프로젝트L' 불법 법률자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구속위기에 놓였다. 구속 여부와 향후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오후 3시42분 민유성 전 행장은 영장실질검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며 구속 여부는 이날 저녁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 운용사 나무코프 회장을 맡고 있는 민 전 행장은 변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5년 10월부터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률 자문과 업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법률 자문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앞선 민사 재판에서도 이미 거론된 바 있다. 두 사람의 자문료 분쟁 재판 과정에서 2020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경영권 취득이라는 궁극적 목적 달성을 위해 변호사가 아닌 민유성으로 하여금 법률사무를 처리하기로 했던 것으로 강행규정인 변호사법 제 109조 제1호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앞서 민 전 행장은 SDJ코퍼레이션이라는 분쟁 거점회사를 만들어 경영권분쟁을 촉발시켰던 신 전 부회장에게 가담해 총 198억원을 받고 롯데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다.
그는 신 전 부회장과 함께 롯데 경영을 방해하는 '프로젝트L' 실행 계약을 맺고 Δ호텔롯데 상장 및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Δ경영비리 검찰수사 유도 Δ일본기업 이미지 덮어 씌우기 등을 통해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
실제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2016년 6월 검찰수사를 받았고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하게 됐다. 또 2017년 7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2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취득했어야 할 특허권이 점수조작으로 타 기업이 가져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 1300여명이 일터를 잃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회사와 임직원을 상대로 피해를 준 프로젝트L 내용은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 간 자문료 다툼 소송 과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 측의 조기 계약 해지로 받지 못한 108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정에서 프로젝트L의 실체를 밝혔고, 신 전 부회장 경영 복귀를 위해 실행한 가해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 롯데 경영권 탈취를 위해 한 배를 탔지만 거액의 자문료 문제로 갈라선 것이다.
프로젝트L의 내용이 알려지자 롯데 호텔∙면세점∙월드∙마트 노조위원장들은 민 전 행장을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19년 6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 고발했다.
노조는 특히 자문료나 성공 보수를 약정한 만큼 특가법상 알선수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프로젝트L에 포함돼 있는 신동빈 회장 기소 역시 수사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그룹 비리를 제보하고 수사를 통해 기소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인 만큼 민 전 행장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을 명목으로 자문료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노조측 시각이다.
고발을 주도한 강석윤 롯데노조협의회 전 의장은 2차 고발 당시 "롯데에 몸담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개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민 전 행장의 구속 여부는 프로젝트L을 함께 진행한 신 전 부회장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구속 기소한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이지만 향후 이를 바탕으로 주주로서 회사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 혐의로 손해배상, 명예훼손 등 다양한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을 흔들기 위해 수차례 거듭하고 있는 주주제안도 앞으로 명분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L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주주와 경영진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며 "민 전 행장의 영장실질검사 결과는 향후 신 전 부회장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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