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카카오까지..'노조 벽' 부딪힌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이어 또 한 번 노조 리스크
"과거 전례에 노동계 부정 인식 생겼을 것"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노동조합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라는 대표성에 사모펀드를 단순한 투기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꼬리표처럼 붙는 모양새다. 투자 업계에서는 과거 MBK가 인수·합병(M&A) 거래 이후 공격적인 구조조정 등을 진행한 선례가 노동계에 강하게 남아 MBK에 대한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이어 이번에도…노조 반발 마주한 MBK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MBK로의 지분 매각 검토를 공식화한 가운데, 노조 등은 반발하고 있다. 매각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지난 11일 열린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만, 사모펀드로의 매각이어서 반대의 근거가 추가된다”며 “(사모펀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지 판단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가 MBK로의 매각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이번에는 최근 몇 년 새 부상한 플랫폼 기업과 노동의 개념이 주요한 프레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선 해당 기업의 노동자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톡옵션이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MBK를 포함해 투자업계에서는 임직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으로 반발이 더 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업공개(IPO) 대신 매각이 진행될 경우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에 대해 서승욱 지회장은 “IPO가 올해 어렵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어서 매각이 안 된다고 IPO와 스톡옵션 현금화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사례로 볼 때 큰 기대감이 있지도 않고 배분된 스톡옵션 수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
“전례에 민감한 노조”…크루유니언 가입률 70%
MBK가 꾸준히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이유로 투자 업계에서는 과거 MBK가 딜 이후에 노조가 우려했던 공격적인 구조조정 등을 실제로 감행했던 전례를 꼽기도 한다. MBK는 지난 2013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뒤 임원 권고사직, 일반 직원 구조조정 등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2018년 MBK는 ING생명을 엑시트(투자회수)하며 5년 만에 약 2조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후 이익을 거두는 투기자본’이라는 프레임이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PE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을 인수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이 있었는데 그 후에 MBK와 같은 딜에 입찰했을 때 노조에서 ‘MBK가 되면 노조랑 각을 많이 세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MBK의 투자사였던 딜라이브의 하청업체 해고 직원들이 민주노총 희망연대와 MBK 사무실 앞에서 6개월 간 복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ING생명의 경우 이후 위로금 등을 지급하면서 직원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크루유니언에 따르면 매각설 이전 10% 수준이었던 노조 가입률은 매각 보도 후 급증해 현재 70% 수준에 근접했다. 크루유니언은 마트노조 등의 연대 단체와 MBK로의 지분 매각에 대한 반대 주장을 계속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조해영 (hych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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