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를 둘러싼 여야 셈법.."시민단체 이사회는 불공정" VS "방송 장악 저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후반기 과방위원장을 맡겠다고 기싸움을 벌이면서다. 통상 원구성 협상에서의 막판 퍼즐은 법제사법·운영·행정안전위원회였던 만큼 과방위원장 쟁탈전은 이례적이다.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 기관을 감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이중 쟁점이 되는 피감기관은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 공영방송과 방송통신위원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막기 위해 과방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끝까지 과방위를 맡겠다는 의도는 명약관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국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배제하고 감사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방통위 감사를 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은 그동안의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아예 엎어진 운동장이었다며 방송장악 의지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며 “국민 기본권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언론장악, 경찰 장악 시도를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과방위원장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친정권 인사로 임명해 길들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민주당은 여당이었던 지난 4월 정치적 추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영방송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선임의 경우 운영위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도록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반기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였던 박성중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여야가 추천하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없애고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을 받아서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야당에게 유리한 방송 관련 각종 직능단체가 많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과방위는 전통적으로 여당이 맡아 왔다”고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사장이 임명했다고 해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을 듣겠나”라며 “민주당의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과 정치 권력 유착의 한가운데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같은 친민주당 성향의 언론 단체와 인사들이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위 팩트체크를 빙자해 국민의 혈세로 정부의 홍위병을 만드려는 시도를 자행했다”며 “언론 독립의 길에 앞장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각각 보도의 균형, 언론 자유 등을 내걸고 과방위원장을 맡으려 하지만 실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 언론개혁을 추진할 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뒤로 미룬 채 언론중재법 등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데 치중했다. 여야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를 만들어 지난 5월29일까지 활동했으나 공영방송 이사회·사장 선출 방식 등에 대해선 결론짓지 못했다. 특위 활동결과보고서를 보면 위원회는 미디어 거버넌스 관련 제도에 대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공영방송의 개념·역할 정립,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바 계속 논의하기로 함”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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