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베팅'..한탕주의 도박 늪에 빠진 충북

조준영 기자 2022. 7. 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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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 고등학생인 이모군은 1년 사이에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날렸다.

이군은 주변 친구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따는 모습을 봤다.

전체 인원이 도박에 쓴 돈을 평균값으로 내면 약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온갖 폐해만 일으키는 도박 중독 문제 해결 방안으로 관계기관 차원의 예방 시스템 구축이 대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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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중·고생 7만255명 중 10.1% 도박 '위험 집단'
문제군만 4.1% '전국 최고'..성인 도박문제도 여전
© News1 DB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충북 지역 고등학생인 이모군은 1년 사이에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날렸다. 발단은 다름 아닌 도박 중독이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이군은 주변 친구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따는 모습을 봤다. 자연스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박에 처음 손을 댄 시점에는 승률(?)이 높았다. 돈을 많이 딸 때는 한판에 250만원씩 손에 쥘 정도였다.

중독 증세는 날로 심해졌다. 이군은 더 큰 긴장감과 흥분을 느끼려 베팅 금액을 늘렸다. 모자란 돈은 친구에게 빌려 충당했을 정도다.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처음과 달리 계속 돈을 잃으면서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이군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뒤에야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도박 빚은 당연히 부모 몫으로 돌아갔다.

젊은층에서까지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화함에 따라 전 연령대에서 중독 사례가 늘고 있다.

충북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성인은 물론 10대 청소년까지 도박의 늪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14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중·고등학생 7만255명 중 도박 위험집단 비율(2018년 기준)은 10.8%다. 이중 '문제군(Red)'은 4.1%로 전국(평균 1.5%)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제군은 반복적인 도박 경험으로 심리·사회·경제적 폐해가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도박 경험은 있으나 수준은 경미한 '위험군(Yellow)'은 6.7%를 차지했다.

중독이 심해지면서 전문 상담시설인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는 청소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3년(2018~2020년)간 도내 청소년 상담 건수만 408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Δ2018년 79건 Δ2019년 112건 Δ지난해 217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무려 175%(138건)나 폭증한 셈이다.

성인 도박 문제도 여전하다. 청소년과 비교해 경제적 폐해가 특히 심각하다. 지난 한 해 센터를 찾은 성인 290명 중 105명(36.2%)이 도박 탓에 1억~3억원을 탕진했다. 5억~10억원을 잃은 인원도 19명이나 됐다.

전체 인원이 도박에 쓴 돈을 평균값으로 내면 약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도박 문제가 심화하는 원인으로는 접근성 향상이 꼽힌다. 삼삼오오 모여 돈 내기를 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도박을 할 수 있다. 불법 스포츠 토토부터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반면 접근을 차단할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문제는 도박 중독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청주에서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문제집이나 온라인 강의 계정을 공유한다고 속여 90여명으로부터 3450만원을 받아 챙긴 대학생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음성에서는 바카라를 비롯한 카지노 도박에 빠진 고등학생이 중고 물품 사기를 벌이다 입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온갖 폐해만 일으키는 도박 중독 문제 해결 방안으로 관계기관 차원의 예방 시스템 구축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도박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된 미성숙한 청소년을 바로 잡아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 관계자는 "도박 문제 예방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박 문제 예방에 필요한 별도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소년은 발달 과정에 따라 시기별로 교육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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