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피해자 "윤석열 정부, 일본 요구에 손뼉치는 듯"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외교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마련한 가운데, 피해자 중 일부인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와 대리인은 미쓰비시로부터 직접 배상이 판결 이행의 핵심임에도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맞추고만 있다며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4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와 소송 대리인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언급하며 한일 간 가장 큰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기민하게 움직인 것과 관련해, 최근 소송 원고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를 만나 뵙고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원고와 면담 내용을 기초로 13일 소송 대리인단이 참여한 가운데 회원 긴급 좌담회를 갖고 이같이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원고인 양금덕 할머니가 "아무리 없어도 사죄 한마디 듣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 우리나라가 그것 밖에 안 되느냐"며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고인 김성주 할머니 또한 "미쓰비시에서 일하고도 단돈 10원 한 닢도 못 받았다. 당연히 미쓰비시한테 (배상) 받아야한다"며 '대위변제'(한국 및 일본 정부 및 민간이 미쓰비시 대신 판결을 이행하고 이후에 미쓰비시가 변제하는 방식)에 대해 "그건 안된다. 그러면(미쓰비시가 배상을 거부하면) 당연히 일본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본이 우리 일을 시켰으니 당연히 우리한테 줘야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번 불참 결정에 대해 "최근 정부 흐름과 관련한 깊은 불신과 우려 때문"이라며 "대법원은 2018년 11월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에 대해 원심대로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해야 한다며 명령했지만, 피고 측은 판결 3년 8개월이 지나도록 배상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그 사이 원고 3명은 별세했고, 일본은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조치라는 명목으로 한일 관계를 고의로 악화시키며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으니 한국이 해결책을 내라는 적반하장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들은 "이렇듯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은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피고 기업과, 판결 이행을 방해하고 부추기고 있는 일본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국 사법부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를 꾸짖기는커녕, 마치 일본 정부의 요구에 손뼉을 마주치기라도 하듯 해결책을 국내에서 찾고 있다. 그것이 '민관협의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법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피해자 측이 신청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상표권 2건,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매각)은 현재 최종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관협의회'가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피고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급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사죄가 마지막 소원이다. 우리나라가 그것 밖에 안 되느냐?', '미쓰비시에서 일 했는데, 왜 한국이 대신 돈을 주느냐'는 원고 할머니들의 상식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체가 모호한 '민관협의회' 대신, 지금부터라도 다시 눈을 일본을 향해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 피해자 측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 그리고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한 차례 소중한 의견들을 경청한 바 있고 앞으로도 관련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외교부는 서울 도렴동 정부청사별관에서 1차 민관협의회를 개최했고 이날 2차 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이 머지 않은 만큼, 정부는 속도감있게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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