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풍경 속 녹음 가득한 '책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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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뒀다가 혼자서만 홀랑 먹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건 나눠 먹자며 친구에게 선뜻 건네고 싶은 마음도 든다.
메리와 콜린이 비밀스럽게 화원을 가꾸며 우정을 쌓았고 어른들 마음속 오랜 상흔마저 낫게 해준 마법 같은 장소.
탁 트인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한여름 장대비를 마주하며, 붉게 물든 계절을 음미하며 삼청공원의 사시사철을 바라보는 것도 숲속도서관이 주는 거대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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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 이곳]
아껴 뒀다가 혼자서만 홀랑 먹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건 나눠 먹자며 친구에게 선뜻 건네고 싶은 마음도 든다. 미국 일간<뉴욕 타임스>에 나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으니 조금 더 유명세를 보탠대도 괜찮겠지.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종로구가 2013년 가을, 삼청공원 한 귀퉁이 낡고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해 지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북촌로 134-3)이다.
청와대, 경복궁을 찾는 시민들로 붐비는주변과 다르게 더없이 한적하고 고요하다. 도심 정글로부터 몇 걸음만 멀어지면 이토록 녹음 짙은 데 자리한 비밀스럽고 특별한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을 연상케 한다. 메리와 콜린이 비밀스럽게 화원을 가꾸며 우정을 쌓았고 어른들 마음속 오랜 상흔마저 낫게 해준 마법 같은 장소.
지상 1층, 지하 1층 총면적 206㎡의 작은 규모지만 9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데다 한·미·일 작가의 그림책 전시회, 리사이클링 원데이 클래스 등도 부지런히 선보인다.
북카페와 서가가 공존한 1층에서는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페이지 넘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지하 유아실·다목적실에서는 내 집 안방처럼 엎드려 책 읽기가 가능하다.
탁 트인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한여름 장대비를 마주하며, 붉게 물든 계절을 음미하며 삼청공원의 사시사철을 바라보는 것도 숲속도서관이 주는 거대한 기쁨이다. 푸르름을 눈에 담고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을 읽는다는 건 여느 도서관에서 하기 어려운 귀한 경험일 테니.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데이비드 색스 역시<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현대적이고 최신기술로 가득한 도시에 설계된 힐링 공간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건물 옆에 조성된 유아숲체험장과 주민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곳곳에 설치해둔 운동기구에는 종로구의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종로에 깊은 애정을 지닌 시민들의 갖가지 사연이 담긴 기부 벤치에 앉아 원하는 만큼 숲 내음을 들이마셔 보는 것도 좋으리라.
도서관의 문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 열려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대출 인원이 전년도의 두 배를 껑충 넘어섰다. 단골들만 찾던 동네맛집이 유명해져 못내 아쉽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마음을 담아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언제 걸어도 좋은 삼청동 카페거리를 지나 북촌로 방향으로 올라가면 조우하게 되는 이곳. 평범한 일상을 채워줄 그림 같은 풍경과 고단한 마음을 달래줄 이야기책으로 가득한 ‘책의 궁전’이 당신을 기다린다.
이혜민 종로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종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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