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심소득 정책실험을 환영하며

서울앤 2022. 7. 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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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난 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안심소득 시범사업 출범식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앞으로 3년간 대장정의 닻을 올렸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인 가구에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원해주는 복지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득지원정책인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안심소득도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저소득 가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안심소득은 기초생활보장에 비해 재산 등에 관한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소득이 발생해도 지원액이 삭감되는 정도가 작아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면서도 근로의욕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보다 나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많은 이가 기대하고 있다.

안심소득을 시범사업이라는 형태로 실험해보기로 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면서 고무적이다. 이론은 현실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이론에 따라 예상되는 결과가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경제학 분야만 보더라도 이론은 현실과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왔다.

기존 이론이 데이터에 의해 깨지면 이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고 학자는 새로운 데이터로 그 이론을 검증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안심소득도 3년간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집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많은 연구가 나올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정책을 보완할 것인지, 확대 실시할 것인지 결정될 것이다. 설사 문제점이 노출되더라도 그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다면 그것 또한 엄청난 교훈이다.

정책실험은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실시해오던 익숙한 것이다. 미국의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는 정책실험의 교과서적인 예이다.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는 120여 명의 저소득 가구 아이들을 모집한 뒤 이 중 절반의 아이에게만 양질의 유치원 교육을 제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1962년 시작됐는데 이후 30년 넘는 기간 참여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야말로 일생 전체를 담은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유치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경제적으로는 물론 삶의 만족도와 건강 측면에서도 더 좋은 삶을 누리고 있었다. 이는 어린 시절의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객관적 증거로 인정받아 이후 수많은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과학적 실험과 데이터의 힘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미국 의회는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교육정책 관련 연구용역에서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 같은 실험적 방법 혹은 그에 준하는 엄밀성을 갖춘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법제화했다. 국가의 정책이 이념이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안심소득이라는 정책실험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재원을 쏟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리의 복지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멀었고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복지제도를 성급하게 확대하면서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며 제도의 효용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반된 의견 차이가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복지정책은 여러 국가 정책 가운데서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끌려다닐 위험이 가장 크다. 충분한 객관적 근거 없이 제도를 바꾸는 무모함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의 삶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책실험은 그러한 무모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패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정책실험이 아니라 앞으로 나올 수많은 정책실험의 시초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민ㅣ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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