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는 걸 회장님이 싫어해요..상속세 때문에"

세종=김훈남 기자 2022. 7. 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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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규제와의 전쟁②

[편집자주] 규제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났다. 시장에 대못처럼 박혀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아온 '덩어리 규제'들을 현 정부는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규제개혁 과제들이 뭔지, 현실적으로 개선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 부담하는 실질적인 상속세율은 최고 60%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계가 규제개혁을 요구할 때 항상 1순위로 상속세를 거론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상속세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부의 대물림'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정서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너 일가에 대한 높은 상속세 부담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 관리 의지를 꺾어 개인 주식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련 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일 정부에 제출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 26.5%에 맞춰 25%포인트 인하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등을 통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30억원 이상 상속 시 부과되는 최고세율은 50%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여기에 기업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은 상속 시 평가금액을 20% 할증하도록 돼 있어 대부분 기업의 경영승계 시 부과되는 실질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이에 대해 경총은"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저해하고 경제성장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지난달 전국 4년제 대학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행정학과 교수 2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49.5%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상속세를 꼽았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에 12조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상속세가 부과되자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상속세 완화를 주문했다.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상속세제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현행 5년인 연부연납(분할납부)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보완적 조치에 그쳤다. 상속세율 적용기준을 상속재산 전체가 아닌 피상속인(유족) 1인당 취득 재산으로보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역시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중소기업 상속에 적용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역시 상속세 부담을 줄이자는 제도 본연의 목적보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막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법상 연매출 4000억원 미만, 총자산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경영권 상속 시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속 이후 7년 동안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하거나 △상속인이 그만둘 경우 △상속인 지분이 줄어들 경우 △근로자 수나 총 급여가 80% 미만으로 줄어들 경우 상속인은 공제받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나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사후관리 제도가 급속하게 바뀌는 경영 환경에 유연한 대응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매출 4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는 탓에 실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 수가 적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와 상속세 개편 방침을 밝혔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국가전력기술을 포함한 투자관련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상속세에 대해선 납부유예제도를 신설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 1조원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업상속공제 시 적용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줄일 방침이다.

정부와 재계가 상속세·법인세 제도 개선에 뜻을 모았지만 개선 수준에 대한 온도차는 여전하다. 기재부는 세수와 직결되는 세율의 특성과 부의 대물림 및 집중을 막는다는 세금 취지, 그에 대한 여론 등을 고려해 상속세 세율 조정에 신중한 반면 재계는 상속세 세율 인하를 통한 확실한 세부담 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에 대해서도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를 통해 자회사 배당소득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법상 자회사의 배당소득은 지분율에 따라 면세범위가 다른데, 대한상의는 "지분율에 무관하게 배당금을 전액 과세면제해야 사내 유보소득을 모회사에 배당하고 기업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에 제한돼 있는 국가전략기술 범위도 확대해 투자 시 세제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요청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피상속인이) 생전 벌어들인 소득에 소득세를 과세한 후 사망 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있어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도 많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 역시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이용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상속세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로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이 옳다"며 "법인세 역시 최고 세율을 낮추고 단일 기준 과세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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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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