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부터 인공지능까지 총동원, 스포츠에 녹아든 IT 기술들
[IT동아 남시현 기자]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하위 변이인 BA.5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정상화 분위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게 바로 스포츠 경기의 재개장이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제한과 국경 폐쇄 등으로 인해 많은 스포츠 경기들이 잠정 휴업 상태에 들어갔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잡힌 이후부터는 과거처럼 스포츠 경기들이 재개되고 있다. 각종 국내 리그 개최에 이어 지난 6월에만 세 차례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 경기나 지난 13일 개최된 토트넘 대 K리그 올스타전 등만 봐도 그 열기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스포츠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코로나 19로 잠잠했던 스포츠 관련 기술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원래 스포츠 경기는 단순히 기량을 겨루는 것뿐만 아니라, 최신 IT 기술을 시험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전 단계로써 활용돼왔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나 베이징 올림픽 등이 사실상 무관중 경기로 이어지면서 많은 IT 기술을 시험할 기회도 사라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개선을 거듭해왔다. 코로나 19를 전후로 스포츠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 발전하고 있는 IT 기술 사례들을 하나 둘 짚어본다.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오프사이드 감지 기술 도입
전 세계 축구 국가대표 경기 및 월드컵, 대륙별 축구대회 등을 주관하는 스포츠단체,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은 지난 7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11월 21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 2022에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심(VAR)이 성공적으로 안착됨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 축구 시합의 공정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감지 기술(SAOT)은 말 그대로 축구 경기 중 오프사이드가 발생했는지를 센서와 위치 정보를 통해 확인하는 기술이다. 경기장 지붕에는 12개의 전용 추적 카메라가 있으며, 공과 각 선수의 최대 29개 데이터 포인트를 초당 50회씩 추적해 정확한 위치를 감지한다. 이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며, 데이터 포인트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생성돼 선수의 팔다리 위치까지 정확히 시각화한다.
또한 월드컵 공인구 내부에도 초당 500회씩 데이터를 수집하는 관성 측정 장치가 배치돼있어 더욱 정밀한 오프사이드 판정을 돕는다. 다만, 이 기술에 ‘반자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기술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할 뿐, 최종 판정은 사람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체 역학 데이터도 기술적으로 접근, 인텔 3DAT 모션 캡처
스포츠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단순히 노하우나 훈련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모든 사람의 동작을 인공지능으로 포착하고 분석하는 마커리스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은 사람의 움직임을 다중 카메라 기반의 3D 삼각측량과 인공지능 기반 골격 자세, 사람과 객체 감지를 통해 사람의 자세를 구분해내며, 이 과정에서 센서를 부착하거나 그린 스크린 등을 쓸 필요가 없다.
수집된 데이터는 훈련 및 성과, 물리치료와 재활, 개인 건강에 이르는 거의 모든 상황의 동작을 데이터와 3차원 시각화로 만들어내며, 클라우드를 통해 다른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다. 스포츠 기업 엑소스(EXOS)는 NFL 유망주 테스트 교육에 3DAT를 도입했으며, 도쿄올림픽에서도 육상 경기에서 각 주자의 가속도와 최고 속도를 보여주는 열 지도를 생성하는 등에 응용된 바 있다.
광학 기술 기반의 실시간 화상 서비스도 선보여
국내 기업인 4D리플레이는 수십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어떤 각도에서든지 실시간으로 화상 데이터를 전송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경기장 전역에 카메라를 배치해 360도로 영상을 촬영하고, 수 초 이내에 편집을 거쳐 실시간 방송을 360도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송출하는 기술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5초 이내에 4K 실시간 360도 영상을 생성해낼 수 있으며, 이미 국내 스포츠는 물론 NBA, MLB, PGA, US 오픈 테니스 등 메이저 경기에서도 4D 중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기 자체를 본인이 원하는 각도와 거리에서 볼 수 있고, 심지어는 화상을 멈춘 상태에서 경기 흐름을 다양한 각도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의 경기는 카메라가 보여주는 각도로만 볼 수 있었지만, 경기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미 LG유플러스나 일본 소프트뱅크는 5G 서비스를 활용해 야구, 골프 등의 경기를 4D 라이브로 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실용화 단계에 있다.
심판 역할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년 8월부터 퓨처스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통해 진행되는 로봇 심판 사업은 총 세 대의 카메라가 사전 측정된 마운드, 홈 플레이스, 베이스 등의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수집한 다음, 모든 투구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각 타자별로 설정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때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한다. 로봇 심판 경기에 배정된 주심은 로봇의 판단을 참고해 볼-스트라이크 판단을 내리는데, 아직까지는 시범 단계에 있다.
한편, 미국 프로야구 역시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로봇 심판은 2019년 처음 도입돼 지금은 11개의 마이너리그 트리플 A 팀이 도입했으며, 현재 메이저리그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판과 선수와의 합의가 뚜렷해야 해서 실제 활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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