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성폭행·살인..대법 "국가 책임" 인정했다

전광준 2022. 7.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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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잇따라 성폭행·살인 등 범죄 행각을 벌였던 '중곡동 살인사건'에 대해 재범을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ㄱ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자발찌'까지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서씨를 검거하지 못했고, 두번째 성범죄 피해자는 서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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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출소 전자발찌 부착 전과자
2012년 8월 두차례 성범죄 행각
경찰은 전자발찌 위치추적 안하고
보호관찰관은 '월3회 대면접촉' 안지켜
"직무위반과 피해자 사망 인과성 인정"
2012년 8월20일 광진구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성폭행에 저항하는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서아무개씨가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다세대주택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력 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잇따라 성폭행·살인 등 범죄 행각을 벌였던 ‘중곡동 살인사건’에 대해 재범을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ㄱ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차례 성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른 전과 11범 서아무개(53)씨는 2004년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서씨에게 7년간 ‘전자발찌’ 부착이 결정됐다. 그리고 출소 이듬해인 2012년 8월 서씨는 2주 동안 두 건의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전자발찌’까지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서씨를 검거하지 못했고, 두번째 성범죄 피해자는 서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2012년 서씨의 성범죄는 8월7일에 처음 발생했다. 그는 서울 중랑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성폭력을 저질렀다. 경찰은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확보하고 피의자의 디엔에이(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서씨가 포함된 성범죄 전과자의 사진을 피해자에게 제시하며 용의자를 추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 정보를 조회하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사이 두번째 범행이 벌어졌다. 첫 범행으로부터 13일 뒤인 8월20일 서씨는 서울 광진구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 또다시 성폭력을 시도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이웃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도망가는 피해자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ㄱ씨는 이 범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현장에서 검거된 ㄱ씨의 전자발찌를 본 경찰이 위치정보를 추적한 결과, 앞선 8월7일 범행시간에 그가 현장 인근에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재판 과정에 경찰과 교정당국의 잘못이 속속 드러났다. 먼저 서씨가 출소한 뒤 그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서울 중랑경찰서는 서씨가 ‘우범자 첩보수집 등 규칙’이 정한 ‘첩보수집 대상자’임에도 그보다 단계가 낮은 ‘자료보관 대상자’로 지정해 재범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를 추적 관리하는 법무부 교정당국은 월 3회 이상 전자장치 부착자를 대면 접촉해야 하지만, 서씨를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은 7월16일 이후 두차례 범행이 벌어질 때까지 한 달 넘게 서씨를 한번도 접촉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심은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기관의 소홀한 대처는 인정할 수 있지만, 경찰과 교정당국의 조처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보상법이 정하고 있는 법령 위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먼저 대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담하고 흉악한 범죄 수법을 봤을 때 재범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전자장치 피부착자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교정당국의 잘못도 인정됐다. 서씨는 심리조사 결과 서울보호관찰소 관내 보호관찰대상자 1165명 가운데 9위에 해당할 정도로 재범 위험성이 높았는데, 보호관찰관이 대면 접촉 등으로 재범 가능성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이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ㄱ씨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한 것만으로 국가 책임이 그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2013년 제기한 소송 결과가 이제야 나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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