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보다 높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선택 어떻게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소비자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향후 경기침체가 우려되면서 변동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주(대출을 받는사람)의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29~5.34%, 고정금리는 4.25~5.08%로 금리 상단과 하단 모두 고정금리가 더 낮다. 하나은행도 고정금리(4.795~6.095%)가 변동금리(4.871~6.171%)보다 낮다.
일반적으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에 반영돼 있어서다. 최근 고정금리가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은 고정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4.147%까지 치솟았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달 13일 3.64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은행채 1년물은 3.234%에서 3.619%로 올랐다. 장단기 은행채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높낮이가 뒤집혔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국고채 5년물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 국고채 장기물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채 5년물도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가 하락하자 최근 B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상품의 판매량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저금리 시절엔 금융소비자들이 변동금리를 더 선호했으나 최근 들어 추세가 달라졌다.
그러나 향후 경기가 침체해 한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기조로 돌아서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시사한 만큼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고정금리 상품을, 반면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이 함께 시행하고 있는 ‘금리 상한 특약’을 활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이 특약에 가입하면 시장금리가 많이 올라도 대출 금리는 연간 0.45~0.75%포인트만 오른다. 이 특약에 가입하면 대출 금리에 최대 0.2%포인트의 프리미엄이 가산된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1년간 한시적으로 프리미엄을 면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한 특약에 가입했다가 향후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특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해지해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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