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루 발명 588년 만에 핵심장치 '주전' 원리규명·복원설계

문다영 2022. 7.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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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의 표준물시계인 자격루의 핵심 작동원리를 국립중앙과학관 연구팀이 규명해 복원 설계에 성공했다고 이 기관이 14일 밝혔다.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이 기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인 윤용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자격루의 핵심 장치인 '주전(籌箭)'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실물에 가깝게 복원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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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사동 공평구역서 출토된 유적·유물 연구
자격루(보루각) 설계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조선 전기의 표준물시계인 자격루의 핵심 작동원리를 국립중앙과학관 연구팀이 규명해 복원 설계에 성공했다고 이 기관이 14일 밝혔다.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이 기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인 윤용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자격루의 핵심 장치인 '주전(籌箭)'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실물에 가깝게 복원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자격루가 완성된 1434년(세종 16년) 이후 588년만이다.

주전은 자격루에 동력을 전달하고 시각을 조절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의 문헌 기록으로만 전해져 후대인들이 그 모습과 작동원리를 어렴풋이 추정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가 지난해 인사동 공평 구역에서 무더기로 출토된 조선 전기 유물 가운데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발견되면서 자격루 연구가 다시 물살을 탔다.

주전 동판 유물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자격루는 세종 때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물시계로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물의 유속과 양을 조절하는 수량제어 부분(파수호·수수호)으로 옛 만 원권 지폐에 그려진 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시보 부분이다.

이 두 부분을 연결하는 장치가 주전이다. 주전은 수량에 따라 일정한 시각마다 구술을 방출시켜 인형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부전(浮箭, 부표와 잣대)과 방목(方木)의 동판,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 방출기구 등으로 구성됐다.

주전 구슬방출기구 유물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주전은 조선의 시간 체계에 따라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조선은 하루를 일률적으로 12시(時)로 나누는 정시법과 밤 시간을 25등분하는 부정시법을 함께 사용했다. 따라서 각각의 시간을 표현할 주전도 따로 뒀다.

부정시법은 밤의 길이를 5경(更)으로 나누고 경마다 다시 점(點)을 5등분하는 식으로, '경점법'이라고 불렀으며 절기에 따라 밤의 길이가 길어졌다 짧아지므로 경과 점의 간격도 바뀌었다.

점과 점 사이의 시간 간격을 오늘날의 시간으로 변환해보면 동지 때는 31분, 하지 때는 20분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에 인사동에서 출토된 주전은 '경점용 주전'으로, 연구팀은 '누주통의'라는 문헌을 통해 경점용 주전이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경점용 주전은 총 11가지로 절기마다 자격루에 바꿔 끼웠다. 예를 들어 1전은 동지 전후, 6전은 춘추분경, 11전은 하지 전후에 사용했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1전과 3전, 6전에 해당하는 경점용 주전이다.

아울러 발굴된 주전은 문헌 '보루각기' 내용과 함께 출토된 유물들의 제작 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중종 때인 1536년 창경궁에 들어선 새 보루각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보루각은 자격루가 설치된 전각으로, 장영실 등이 제작한 자격루를 중종 때 보완해 다시 만든 물시계가 있는 새 보루각이 창경궁에 세워졌다.

동판과 구슬방출기구 결합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에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자격루를 이관해 보다 원형에 가까운 자격루를 다시 복원해 전시할 계획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자격루에 설치된 주전은 문헌 기록만을 토대로 추정해 만든 것으로, 발굴된 유물과 비교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게 국립중앙과학관의 설명이다.

국립중앙과학관 이석래 관장은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과학 유물을 발굴한 성과에 이어, 미제로 남아있던 자격루의 주전시스템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께 보여 줄 수 있는 전시기법을 강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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