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관영매체, '아베 조롱' 네티즌들 두둔 나서
김지성 기자 2022. 7. 14. 09:51
중국의 유력 관변 언론인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이 지난 8일 아베 전 일본 총리가 피격된 직후 아래와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아베가 피격되고 생명 징후를 잃은 것에 대해 동정을 표한다. 그와의 정치적 갈등은 한쪽에 접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태도를 이해하고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후시진은 민족주의적 성향의 보수 논객으로,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외교적 갈등 등을 감안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속내'를 후시진이 대신 드러내 왔습니다. 때문에 중국인들도 후시진의 말이나 글을 공산당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후시진의 글은 아베 전 총리가 중국에 맞서긴 했지만 고인의 불행한 죽음을 정치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지금은 애도를 표해야 할 때라는 의미였습니다.
중국 관변 언론인 '아베 애도' 당부에 네티즌 "가짜 자비"
이런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했는지, 후시진은 이튿날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중국인의 태도는 다양한데 이는 매우 정상적이다"라고 적었습니다. 한발 물러선 것입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중국에선 "아베의 사망을 축하한다"며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행사에 나선 밀크티 상점이 있는가 하면, 일부 젊은이들은 '아베 사망 축하' 댄스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관영매체 "중국인들의 아베 비판 이해해야…애국심의 반영"
글로벌타임스는 아베 전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사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타이완 독립세력을 공개 지지한 사실 등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중국 네티즌에게 외교관과 전문기자처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말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아베에 대한 비판과 감정적인 표현이 중국의 진정한 여론을 반영한 것이며 이런 표현은 애국주의 정서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지했습니다.
중국에선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 기간은 끝났다는 분위기입니다. 그사이 일본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기시다 총리는 "아베의 뜻을 이어받아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정식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일본의 군대 합법화를 지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으며, 타이완 부총통은 아베 전 총리 조문을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1972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 단교한 이후 50년 만에 타이완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찾은 것입니다.
중국, '조문 정국'에서 '견제 정국'으로 본격 전환
지난주만 해도 중국은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에 신중한 모습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잇따라 기시다 총리에게 조전을 보내는 등 전 세계 조문 정국에 동참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공개적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타이완 부총통의 일본 방문에 대한 입장을 묻자 "타이완 당국은 아베 전 총리 사망을 빌려 정치적 농간을 부리고 있다"며 "이런 정치적 시도는 실현될 수 없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도쿄에서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도 했습니다. 앞서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일본의 재무장에 대비해 중국도 군사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아베 전 총리의 가족장이 끝났습니다. 미중 갈등에 이어 중일 갈등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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