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과유불급 우려되는 '교부금 반발'

신하영 2022. 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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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학교를 설립하려면, 학교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최명재 민족사관고 설립자가 한 말이다.

재정당국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 교육교부금이 증가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며 고통을 분담해온 대학에도 교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대승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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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학교를 설립하려면, 학교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최명재 민족사관고 설립자가 한 말이다. 고인은 생전에 본인을 ‘장사꾼’이라고 소개했지만, 이 발언을 보면 어떻게 해야 명문고가 탄생하는지 잘 아는 ‘교육자’로 보인다.

사실 교육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교원을 충분히 확충해 맞춤형 밀착 교육을 하려면 무엇보다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

민사고는 개교 초기부터 교과교실제와 선택식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수업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이동해 수업을 받는다. 학교 측은 학생 5명 이상이 원하는 과목이라면 가급적 개설해주려고 애쓴다. 민사고 한 곳에서 운영되는 선택과목 수는 200개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민사고는 모기업인 파스퇴르유업이 매각된 뒤 재정을 충당하지 못해 등록금·기숙사비를 받는 학교로 바뀌었고, 지금은 학생 1인당 연간 학비가 2600만 원에 달한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둔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 앞으로 돈이 들어가야 할 곳이 많다.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려면 무엇보다 개설 과목 수가 많아야 한다. 과목 수가 많아지면 이를 담당할 교사 수도 자연히 늘어난다. 최근 교원단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학생 학습권이 확보되려면 학급 인원을 ‘거리두기가 가능한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급을 늘리는데도 당연히 돈이 들어간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여건 개선이 시급한 때에 유·초·중등 예산을 어떻게 대학 예산으로 빼낼 생각을 하느냐는 비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유불급이 우려되는 주장이다.

교육교부금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배정해주는 예산이다. 최근 내국세 증가로 2013년 41조1000억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81조3000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재정당국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 교육교부금이 증가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도 교육교부금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교부금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부율(20.79%)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도 투자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원은 교육교부금에 포함되는 교육세 중 일부인 3조6000억원이다.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교육교부금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구가 적은 시골마을에도 학교는 있어야 하며, 학교 한 곳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쯤에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본다. 그나마 재정당국이 ‘내국세의 20.79%’인 교부율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이때 한발 양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교육계가 계속 교부금 개편에 반대만 한다면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결국 교부율이 하향 조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계에 돌아온다.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며 고통을 분담해온 대학에도 교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대승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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