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민 "국가대표 꿈, 침대 옆엔 늘 태극기..해외서 배운 노하우 전하고 싶다"
'도전'을 즐기는 한국 농구 기대주 양재민
2015 아시아 U-16대회 우승 주역
스페인으로 유학, 유럽농구 경험
NBA 글로벌 캠프 참가 ‘전환점’
일본 B.리그서 자존심 걸고 분투
작년 우승팀 러브콜 받고 새 출발
한국 농구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미국 농구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현중(22), 여준석(20) 등을 바라보는 국내 농구팬들의 마음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일본 프로농구리그인 B.리그에서 뛰고 있는 신장 201㎝ 장신 포워드 양재민(23·우쓰노미야)도 미래 한국 농구를 이끌 기대주로 꼽힌다. 한국, 유럽,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농구를 배우며 경험을 축적해가고 있는 양재민은 한국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해외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양재민은 요즘 모교인 경복고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즈에서 뛰었던 그는 얼마 전 지난 시즌 B.리그 우승팀인 우쓰노미야 브렉스와 2년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새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쏟아낸다.
지난 1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양재민은 “우승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영광이었다. 지난 2년간 열심히 노력해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개인적으로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재민은 경복고 시절이던 2015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16세 이하(U-16) 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한국이 이 대회 사상 첫 우승을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스페인으로 농구 유학을 떠나 1년간 유럽 농구를 배운 그는 2017년 호주에서 NBA와 FIBA가 개최하는 ‘국경 없는 농구 글로벌 캠프’에 참가해 세계의 유망주들과 함께 뛰었다.
캠프는 양재민의 농구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양재민은 “캠프에서는 NBA와 유럽에서 온 코치들이 선수들을 10명씩 나눠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디오 미팅을 하는데 영어를 못해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미팅 후 선수 전부에게 발표를 시키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얘기하고 앉아 고개만 숙였다”고 회상했다.
미팅 후 코치들이 양재민에게 해준 얘기는 귀중한 조언이 됐다. 양재민은 “코치들이 미팅 후에 나를 불러 얘기했다. 마침 그때 캠프 관계자 중 한국인이 있어 통역을 도와줬다”며 “첫 마디가 ‘여기 너 말고 영어를 못하는 선수가 누가 있나’였다. 농구 기술은 좋은데, 농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다른 자질도 있다고 했다. 농구 선수라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래야 미국에 가서 농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농구를 해야 한다’는 말은 양재민의 가슴 한복판에 제대로 꽂혔다. 연세대에 입학한 그가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이유다. 전미전문대학체육협회(NJCAA) 네오쇼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뛴 양재민은 그에게 관심을 보인 몇몇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소속 학교를 후보로 두고 편입까지 생각했다가 코로나19로 미국 대학 스포츠가 모두 중단되는 바람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2020년 B.리그의 신슈와 계약을 맺으며 일본 무대에 발을 들였다. 미국에서 영어 공부도 부지런히 한 그는 어느새 스태프와 영어로 대화하는 수준이 됐다.
양재민이 뛰고 있는 B.리그는 2015년 출범했는데 불과 10년이 채 안 돼 한국프로농구 KBL의 시장과 규모를 뛰어넘었다. 양재민이 뛰는 1부에만 24개팀이 있으며, 2부와 3부리그까지 있다. 시장과 규모가 큰 만큼 그 수준도 상당히 높다. 양재민은 “내가 지금 B.리그에서 뛰고 있어 단순하게 B.리그의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B.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3명이 있고 그중 2명이 출전할 수 있다. 거기에 외국인 선수에 포함 안 되는 혼혈 선수가 너무 많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KBL과는 다르다. KBL에서 안 뛰어봐서 잘 몰라도 골밑에서의 몸싸움 수준은 완전 전쟁이다.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양재민은 외로움 속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목표를 벗삼아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양재민은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늘 침대 옆 벽에 태극기를 붙여놓고 잤다. 내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 것은 아니어도,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한국 현역선수라는 자부심은 있다. 언젠가는 국가대표에 뽑혀 내가 해외에서 배워온 노하우를 꼭 전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생년월일=1999년 6월22일
■키·체중=201㎝·95㎏
■포지션=스몰포워드
■소속팀=우쓰노미야 브렉스(일본)
■주요 이력=FIBA 아시아 U-16 대회(2013·2015), FIBA U-17 월드컵(2016), FIBA 아시아 U-18 대회(2016), 스페인 토레 르도네스 U-18 팀(2016), FIBA U-19 월드컵(2017), 미국 NJCAA 네오쇼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2018~2020)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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