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방치된 한센인.."환경정비 신속 추진해야"
[KBS 창원] [앵커]
1955년 조성된 한센인 정착촌인 거창 동산마을 주민들이 사회적 무관심 속에 유해 물질과 악취 등에 둘러싸인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창군은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은 밝히고 있지만, 아직 관련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거창의 한 시골 마을입니다.
석면이 섞인 슬레이트 지붕이 내려앉은 폐축사들이 버려진 채 방치됐습니다.
1955년 조성된 한센인 정착촌, '거창 동산마을'입니다.
[신동은/거창 동산마을 이장 : "(전국) 여러 지역에 있던 분들이 한분 한분 들어와서 정착했어요. 그때만 해도 인권이라든지, 인식 자체가 사람들과 단절된 (상황이었죠.)"]
당시 정착민들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이 마을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차별은 여전했습니다.
한센병 환자 강제 격리 규정은 1963년 폐지됐지만, 마을 밖을 나가기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거창 동산마을 주민 : "버스도 안 태워주고, 또 식당에 밥도 안 팔았어요. 여기에 와도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져서, 자책감이 들어서 술로 살았어요."]
가난도 이어졌습니다.
정착민들은 닭과 돼지를 기르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1981년 상수원보호구역에 이어 2019년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잇따라 지정되면서 축산업을 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거창 동산마을 주민 : "군에서 (축산업을) 못하게 하면 (생계) 대책을 해줘야 될 건데, 대책도 안 주고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이곳은 정착민들의 양계장으로 쓰였던 곳입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닭을 기를 수 없게 됐는데요.
현재 주민들 상당수가 고령이다보니, 대부분 흉물로 방치됐습니다.
현재 이 마을에 살고 있는 한센인은 모두 24가구 47명.
평균 여든 살 이상 고령층으로, 생계 유지 기반이 무너진 채, 노후된 폐축사 36개가 밀집된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창군은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정비할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박광근/거창군 도시건축과 : "국토교통부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에 각종 사업 건의와 공모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침이나 규정에 의해 막혀서 사업 추진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국가적 차별과 사회적 편견에 의해, 평생을 고립된 채 살아야 했던 한센인들, 67년 동안 정착했지만 안타까운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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