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성악가, 전쟁 뚫고 방한.."평화를 노래할래요"
[앵커]
음악은 총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들고 온 우크라이나 성악가가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그녀는, 전쟁 전에 잡아놓았던 공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나탈리야 마테비바는 15년 넘게 유럽을 누비며 활동한 메조 소프라노 성악가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그녀의 삶은 일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창 밖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그 순간 '전쟁이 났구나' 깨달았죠."]
나탈리야가 소속된 국립 오페라단의 근거지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전쟁 초부터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된 바로 그 지역입니다.
포화를 피해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지하 벙커에 숨어야 했고, 극도의 공포로 한동안 목소리를 잃기도 했습니다.
["본능적인 공포였어요. 그땐 제 목소리가 통제되지 않아, 소리가 뜻대로 안 나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나탈리야는 체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노래할 기회'를 되찾았습니다.
유럽 바깥에서 첫 해외 공연지로 택한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전쟁 전에 초청장을 받았던 춘천 오페라 축제...
약속을 지키러 내한했습니다.
카르멘의 주인공 집시여인이 그녀가 선보일 역할입니다.
[오성룡/춘천 오페라 페스티벌 총감독 : "카르멘 역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떤 소리라든가 연기력이라든가 (훌륭해요.)"]
고국에 바치는 우크라이나 민요도 부를 예정입니다.
예술 앞에 고뇌하던 정상급 성악가에서, 생존 고민이 앞서는 난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나탈리야는 평화의 가치를 노래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건 평화에요. 그게 제 유일한 소망이에요. 빨리 고향에 가고 싶어요."]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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