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경제 관련 위법 땐 구속 않고 벌금·과태료 추진
“기업인 부담 덜어주면 투자·일자리 확대” 경제 6단체 건의 수용
‘경제 활성화’ 명분 재벌 면죄부 남발·재계 도덕적 해이 유발 우려
정부가 기업에 대한 경제 형벌 규정을 없애거나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이 경제 관련 법을 어겼더라도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벌 총수들이 법정구속을 피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완화된다. 경제 형벌을 완화해 기업인 부담을 덜어주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경제6단체의 건의를 수용한 것인데,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불법을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남발하고 재계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를 열고 향후 TF 운영 방안과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TF는 “경제법령상 과도한 형벌 조항들이 민간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공정경제 3법, 국제노동기구(ILO) 관련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국회 통과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기업 활동에 대한 불안·애로가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안전, 범죄와 관련없는 단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에 대한 형벌은 아예 삭제하거나 행정 제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 벌금형과 같은 형벌을 내리지 않고 제재를 해도 과태료 등 행정 제재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형벌 합리화’도 추진한다. 형벌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보충성(선 행정 제재 후 형벌)과 비례성(위법 행위와 처벌 간 균형) 등에 따라 형량을 완화 또는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예비·음모(어떤 범죄를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하고, 기업 활동 관련 사망이나 상해가 있으면 상해는 감경하는 등 형벌을 차등화한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우 범죄 경중에 따라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하도록 했다. ‘형벌 합리화’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형벌 완화’로 해석될 대목이 많다.
앞으로 TF는 자체 조사와 ‘경제6단체’ 및 전문가 등 민간 의견 수렴을 통해 파악된 형벌 조항부터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경제 형벌 완화는 경제계의 숙원으로 그동안 경제계는 법 위반을 과도하게 범죄화하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된다며 형벌규정 손질을 요구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301개의 경제 법률이 총 6568개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형벌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마치 과속 단속을 덜하면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정부가 불투명하고 실증 안 된 효과는 강조하는 반면 경제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처럼 확실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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