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온실가스로 4조달러 피해"..배상 근거될 연구 나왔다

김재중 특파원 2022. 7. 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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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다트머스대 연구팀, 경제 손실 산출..'빅5'만 '6조달러'
"남반구 빈곤국 희생에 빚진 북반구 부유국은 온난화 혜택"

미국과 중국이 1990~2014년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손실이 각각 1조9100억달러(약 2491조원)와 1조8300억달러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빅5’가 이 기간에 유발한 경제적 피해는 6조달러로 추산됐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팀은 12일(현지시간) 학술지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 ‘역사적 기후 피해의 국가별 책임’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논문은 처음으로 개별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에 미친 경제적 피해를 계산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경제적 이득과 피해를 국가별로 계산했을 뿐 아니라 서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90~2014년 탄소배출로 1830억달러 이상의 이득을 봤지만 브라질에 3100억달러, 인도에 2570억달러, 인도네시아에 1240억달러, 베네수엘라에 1040억달러, 멕시코에 795억달러, 필리핀에 340억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5대 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이 같은 기간 유발한 경제적 피해는 총 6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9860억달러, 인도는 8090억달러, 브라질은 5280억달러의 피해를 각각 유발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세계적 경제 손실의 3분의 2 이상을 10대 배출국이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관련 자료가 확보된 143개국을 대상으로 각각의 국가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고,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계산한 다음 온난화가 개별 국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산했다. 연구진은 각각의 계산법은 기상 재해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론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개별 국가 간 상호작용을 계산하기 위해 200만개의 값을 샘플링했으며, 다트머스대가 운영하는 슈퍼컴퓨터가 총 11조개의 값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규명했다. 북반구나 중위도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부유한 나라들이 온난화로 혜택을 받았지만, 남반구나 열대 지역에 있는 기온이 높고 빈곤한 나라일수록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피해를 본 나라도 많았지만 캐나다는 2470억달러, 러시아는 3410억달러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두 나라의 경우 추위가 덜해진 덕분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고 혹한으로 인한 피해도 줄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저스틴 맨킨 연구원은 “온난화의 책임이 한 줌의 주요 배출국에 있으며, 그 온난화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일부 부유한 나라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과 기업들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와 개별 국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측정할 과학적 모델이 부족했다.

지난해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배상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됐고,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COP27 준비 회의에서도 기후 피해 배상 문제를 두고 신랄한 논쟁이 벌어졌다. 환경운동가들은 미국, 중국 등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기후 피해 배상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구체적인 책임을 부정하는 ‘부인의 장막’에 숨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한 선진국들의 책임과 배상을 주장하는 데 유용한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캘러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관련 손해배상 주장의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법센터의 리키 라이시 국장은 AP통신에 “이번 연구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관련 주장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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