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90%'의 이면..학생·교사에겐 자랑이 아닌 구속[마이스터고에선 무슨 일이-하]
특성화고 충원 미달 심각.."산업·교육 현장 불일치 해소를"
마이스터고등학교는 ‘기술 명장’ 육성을 목표로 2010년 문을 열었다. 이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 마이스터고들은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방문한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경우 학교 측이 자체 집계한 취업률은 92%이다.
반면 ‘대우받는 기술자’의 미래를 생각하고 입학했다가 일부 교사들의 인권침해성 언행에 상처받는 마이스터고 학생들도 있다(경향신문 7월11일자 8면 보도). 이는 마이스터고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스터고 배출 인력이 산업현장에서 바라는 수준에 미달하면 취업률이 떨어진다. 취업률이 떨어지면 학교의 평판이 하락한다. 하락한 평판은 신입생 충원난으로 이어진다. 일부 교사들의 강압적 행동이나 폭언은 이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지 않으려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도 충원 문제를 겪었다. 서울과기고의 한 교사는 13일 “취업률에 연연하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이들과 교사를 동시에 힘들게 하는 구조”라고 했다. 한 마이스터고 전공과목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현장에) 가서 잘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마이스터고 교사는 “기업체에서는 졸업생들이 금세 일자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별다른 사유 없이 사표도 제대로 안 내고 그만두는 졸업생들이 부지기수”라며 “이는 후배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마이스터고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특성화고는 일부 마이스터고가 겪는 문제를 더 극심하게 경험한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특성화고의 충원율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2023학년도 특성화고등학교 학과 개편 및 학급 증설 감축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3년 연속 충원이 미달된 특성화고는 서울에만 31곳에 이른다. 올해 충원율이 26.3%에 그친 학교가 1곳이고, 30%대인 학교도 3곳이다. 올해 처음으로 전체 충원율 80%가 무너졌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특성화고는 학과 개편을 거듭해가며 외형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특성화고 교사는 “20년 전부터 ‘재구조화’를 하면서 학과 이름을 미사여구가 붙은 것으로 바꾸고 있다. 기계과·전기과를 스마트공정학과 등으로 부르는 식”이라고 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세 가지의 불일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짚었다. 그는 “업계 수요와 직업계고 학생 전공의 불일치, 현장에서 요구하는 숙련도와 실제 배출되는 학생 수준 간 불일치, 마지막으로 학교 커리큘럼과 학생의 수학능력 또는 동기부여 간 불일치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과정을 현재 현장에 맞게 재구성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교육부는 인문계 편향적인 구조이고 이 관성을 깨기 쉽지 않다”며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산업현장과 교육현장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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