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외친 정부..'데이터' 안 보이고 '과학' 표현도 회피
재유행 예측 빗나간 채 '대세 오미크론' 기존 대응 유지
내달 국민 항체양성률 조사, 정점 지난 뒤에야 결과 나와
정부가 13일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대응방안’은 기존 정책을 부분 손질하는 데 그쳤다. 이전 정부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규정하며 ‘과학방역’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변화를 읽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 대면진료 확대, 거리 두기 정책 지양 등은 기존 정책을 지속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과학방역 차원에서 강조한 ‘데이터’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오히려 과학방역이란 말 자체를 거북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유행 대응방안은 이전 방역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전자증폭(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병행하는 진단검사와 확진자 7일 의무격리 체제는 유지된다. ‘원스톱 의료기관’은 새롭지 않다. 검사, 진료, 치료제 처방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원래 4000여개 있었고 차츰 확대해 현재 6000여개가 됐다. 거리 두기는 ‘근거’를 강조하며 가급적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지난 5차 유행 때부터 거리 두기는 점차 완화되다 4월에 해제됐다. 백신 4차 접종을 기존 60대 이상에서 50대까지 확대하는 정도가 다른 점이다.
변화가 크지 않은 건 이전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위중증·사망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더 이상 효과를 낼 수 없고, 대부분 확진자는 동네병원 대면진료·재택치료에 맡기되 노인 등 고위험군 보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지금의 방향이다. 이는 올해 초 방역당국이 내내 견지했던 바다.
정작 과학방역의 근간이 될 데이터는 아직 실체가 없다. 지난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 국민 항체양성률 조사’ 계획을 처음 밝혔다. 백신접종·자연감염을 통해 형성된 면역 수준부터 전국적으로 파악해야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항체양성률 조사는 방역당국 계획에 따라도 8월에 시작해 이르면 9월 초 결과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유행 정점에 대해 “8월 중순에서 말, 약 20만명 또는 그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정점이 지난 다음에 조사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현재는 매년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포함된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만 있다. 이 조사는 2020~2021년에도 6차례 실시됐다.
유행 예측은 빗나갔다. 방역당국이 지난 6월 의무 격리 일수 검토 차원에서 만든 자료를 보면, 주간 평균 확진자 예측치는 7월 말 9000명, 8월 말 1만7000명이다. 7월 중순인 현재 주간 평균 확진자는 2만4000명이다. 유행은 당국의 판단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찾아왔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계획한 연구모임도 가동하지 못하고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어야 했다.
방역당국은 ‘과학방역’이란 표현을 선호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2일 재유행 대응방안 사전설명회에서 ‘과학방역 측면에서 기존 방역정책과 달라진 점을 설명해 달라’는 물음에 “과학방역이란 표현보다 ‘과학적 코로나 위기 관리’란 표현으로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지난 5월19일 국회 회의에서 “거리 두기 같은 사회적 방역대응은 과학적 근거 외에도 사회적 합의 등 정책결정 요소로 제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과학방역이냐, 정치방역이냐로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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