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통일부 "살인 후 탈북, 귀순 진정성 없어"..현 여당도 "북송"

박은경 기자 2022. 7. 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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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탈북 어민 2명 북송 사건' 재구성
통일부 공개 사진 탈북 어민이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팔을 붙잡고 끌고 가려 하자 저항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선장 가혹 행위에 불만 품고 16명 살해 후 도주하다 나포돼
당시 김무성 “흉측한 놈들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선 안돼”
2년8개월 만에 입장 바꾼 통일부, 근거 묻자 “수사 중” 함구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다시 꺼내든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선상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동해상에서 남하를 시도하던 북한 어민 2명을 남한 당국이 붙잡아 북한으로 돌려보낸 일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건의 시작은 그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부와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20대 남성인 이들은 2019년 8월15일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북한과 러시아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했다. 이들은 10월 말 지속되는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고, 또 다른 선원 A씨와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선원 15명도 살해했다. 시신과 흉기는 바다에 버렸다. 이들은 북한 자강도로 도망가기 위해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A씨가 어획물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다 단속에 붙잡히는 것을 보고 다시 도주했다.

이들은 남하 과정인 10월31일 남한 해군에 처음 포착됐고, 이틀간 해군의 통제에 응하지 않고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도주를 이어가다 11월2일 나포돼 동해 군항으로 이송됐다. 당시 북한 경비함도 이들을 추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포 당시에는 귀순 의사가 없었던 이들은 검거된 뒤에야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정상적인 귀순이라 보기 어렵고 범죄 후 도피 과정으로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필 귀순 의향서를 작성했으나 (남하) 동기와 준비과정,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나포 이전에 이미 이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첩보를 가지고 있었고 분리 신문을 통해 범행 과정, 역할, 묘사 등이 일치함을 확인해 범죄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귀순을 수용한 후 남측에서 처벌했어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우리 형사법에 따라 처리가 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가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증거와 증인이 북측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실질적으로 기소해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이상민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지원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체포한 지 사흘 후인 11월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추방 의사를 전달했고, 북측은 이튿날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 이어 7일 오후 3시10분쯤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2019년에는 현 여권에서도 이들의 송환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당시 국회정보위원장은 “(보고를) 듣고 영화 <황해>가 생각났다”며 “이런 사람들이 귀순해 우리 국민 속에 섞인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런 흉측한 놈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밝혔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탈북 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 가지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탈주민법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을 추방하는 근거가 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나 2년8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12일에는 이례적으로 ‘탈북 어민 북송’ 당시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사진에는 어민들이 북측으로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주로 담겼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3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일단 우리 영역에 내려온 이후에는 당연히 국민 대접을 해야 한다”며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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