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서훈 고발 일주일 만에..검찰, 국정원 압수수색 '강제수사'
문재인 정부 대북 사건 관련
내부자료 확보·컴퓨터 포렌식
대통령실 ‘한마디’에 급물살
전·현직 실무자 줄소환 예고
문재인 정부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3일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지 일주일 만이다. 통일부는 전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정황이라며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했고, 대통령실은 이날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했다. 일주일 새 국정원, 통일부, 대통령실,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사건의 파장을 키운 것이다. 대통령실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이날 국정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보고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검찰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넘겨받았다.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당시 국정원 내부 의사결정 기록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국정원 전·현직 실무자들과 간부 등 사건 관련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의 개입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대검찰청에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전 원장에게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혐의를, 서 전 원장에게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적용했다.
고발 당일 대검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두 사건을 배당했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원장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서 전 원장 사건을 공공수사3부에 배당했다. 두 부서 검사 전원이 투입됐다. 대검은 공공수사1부에 검사 2명, 공공수사3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해 인력을 충원했다. 국정원 고발부터 두 수사팀이 이날 동시에 압수수색을 하며 첫 강제수사에 나서기까지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공수사1부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국정원, 해경, 국방부 등에 지침을 내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자진 월북’하다 사망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사흘 뒤 해경과 국방부는 대북 SI(특수정보)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달 16일 해경과 국방부는 “다시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공공수사1부는 지난 11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과장은 국방부가 입장을 번복한 브리핑에서 발표를 담당한 인물이다. 검찰은 윤 과장을 상대로 국방부의 조사 결과가 달라진 이유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국정원 관계자들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공수사3부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한국 해군에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을 5일 만에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조치가 적법했는지 수사 중이다. 당시 통일부는 합동조사 결과 이들이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고 귀순 의사의 진정성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지난 11일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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