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SNS에 "광주와의 약속 좀 늦어질 뿐"..복귀 의지 피력
전날엔 서진정책으로 공들였던 광주 청년당원들 만나
반격 카드 많지 않아 여론전 이용해 ‘우군 만들기’ 나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결정 6일째인 13일 근황을 알렸다. 이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청년당원들과 만나 당원 가입 확대를 강조했고, 이날 무등산에 올랐다. 이 대표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의 실현)이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표 임기 중 주력해 온 2030·호남에 대한 공로와 영향력을 강조하며 6개월의 당원권 정지 후 대표 복귀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주 무등산 서석대에 있다고 알리며 등반 사진 7장을 올렸다. 박유하 수행팀장과 광주시당 소속 청년당원 등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무등산 자락 하나하나가 수락산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찾아와서 오르겠다”고 썼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밤 광주에서 박 팀장과 광주시당 대학생위원회 박근우 위원장·박진우 부위원장 등 지역 청년당원 3명을 3시간가량 만났다. 식사를 겸해 가벼운 얘기를 나눴지만 호남지역 당원 확대 관련 대화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왜 호남에서 우리 당 거부 정서가 강한지 얘기했다”며 “(이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당원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나 앞으로의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징계 당일 불복을 시사했지만 이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가 침묵을 깨고 광주 방문 사실을 알린 것은 향후 행보와 관련해 시사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시민들에게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복귀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당원 확대·서진정책에 대한 자신의 공을 강조하면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지난해 6월 이 대표 취임 후 책임당원은 20만명에서 80만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 대표가 징계에 대한 비판을 피한 채 근황을 알리는 방식으로 여론전에 나선 것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서다. 징계 결정 후 10일 이내에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윤리위원 구성과 사실관계가 그대로여서 별 의미가 없다. 법원에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정치적 사안인 데다 절차적 하자를 입증해야 해 수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처분 신청 기각 시에는 사퇴 여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율사 출신 한 중진 의원은 “본안 소송(징계처분 취소 소송)은 이 대표가 이길 가능성이 좀 더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살아 돌아오기 위한 전제조건은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이 대표는 무혐의 처분 시기에 따라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다. 반면 검찰 기소와 유죄 판결로 이어지면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는다. 당원권 6개월 정지가 대표 ‘궐위’ 상태로 해석돼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커진다. 기소되지 않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성상납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수준의 수사결과만 나와도 정치적으로 탄핵될 수 있다. 유상범 의원이 11일 초선 모임에서 “기소가 나오면 (윤리위) 징계를 다시 해야 한다”며 추가 징계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의 유력한 수단은 여론이다.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당내 인사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일단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고 후일을 도모하라고 이 대표를 설득해 왔다. 한 의원은 “언론에 너무 자주 나가 당 인사들을 공개 저격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2030 남성을 중심으로 당원 가입을 확대해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도 이 대표의 무기다. 1000원씩 석 달만 당비를 내면 책임당원이 돼 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유입은 차기 당권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징계 이후 탈당이 아닌 당원 가입 확대에 나섬으로써 기존 당원들을 당에 묶어두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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