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막혀..성장률 2% 장담 못해[한은 사상 첫 '빅스텝']

이호준 기자 2022. 7. 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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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침체에 금리 인상
코로나 재유행 땐 충격 커
하향 조정 압박 더 커질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성장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도 하향 조정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에는 일단 물가를 잡고 보자는 절박함이 있다. 지금처럼 물가가 올라서는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 올랐다.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임금이 인상된 뒤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이후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총수요는 감소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글로벌 성장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꽉 막히게 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친다면 올해 성장률은 정부의 예상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로 제시했다. 올해 2%대 성장, 4%대 물가를 기정사실화한 것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은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과 ‘빅스텝’을 교대로 이어가면서 이 같은 전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3%로 0.6%포인트 내렸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 수출도 줄어들고,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소비도 생각만큼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며 “(긴축을 시사하는) 장기 재정계획 등으로 정부에도 희망을 걸기 어려운 만큼, 한은도 경기 둔화를 고려해 7월 이후 빅스텝을 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8억8400만달러에 달한다. 내수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도 들쭉날쭉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이 빠르게 단행되면 성장률이 내려가고, 가계 및 기업 부채가 부실화돼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12.4%보다 3.6%포인트 높아진 상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부채 상환 여력이 없는 계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데 (정부가) 감세로 일관하니 효과적인 재정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취약계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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