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0원 쓰는 날'..배달 앱도 지웠어요

이유진 기자 2022. 7. 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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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고물가에서 살아남기 '무지출 챌린지'
주 3일 안 쓰며 극단 절약
‘0원 소비’ SNS 인증 늘어
‘하루 만원만 지출’ 도전도
일상·비법 공유하며 응원
“돈 모이는 모습 보면 뿌듯”

직장인 김소진씨(33)는 2주 전부터 일주일에 3일은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무지출 운동’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마다 습관처럼 샀던 프랜차이즈 커피 대신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산 티백 커피를 마신다. 점심은 팀원들과 법인카드로 해결하고, 지인과의 약속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퇴근 후엔 주말에 장 봐둔 식자재를 활용해 식사를 차려 먹는다. 김씨는 “무지출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배달 앱을 삭제한 일”이라며 “가공식품보다는 직접 요리를 할 수 있게 고기, 야채 등 식재료 위주로 사고, 한 번 국을 끓이면 3~4일은 나눠 먹을 수 있게 많은 양을 준비한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를 극단으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씨도 그중 한 명이다. 엄밀히 따지면 교통비 등 고정지출은 계속 나가는 셈이지만, 김씨는 “교통비 외에는 소비를 위해서 카드를 긁거나 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소비가 허락된 날도 장을 보는 날은 5만원, 그 외엔 하루 1만원 이상 소비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한다.

휴학생 정모씨(24)는 한 달 전부터 ‘만원의 행복’을 실천 중이라고 했다. 2008년 종영한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일주일을 만원권 지폐 한 장으로 버티는 내용을 담았다.

정씨는 “요즘 시대엔 만원으로 냉면 한 그릇도 못 먹는다”며 “일주일에 만원 사용은 꿈도 못 꾸고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만원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적게 쓰기’를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선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최근 물가도 오르고 장사가 안 된다고 하셔서 용돈 받던 걸 중단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다 보니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13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는 하루 지출 ‘0원’을 인증하는 글과 영상이 이어졌다. 무지출 일상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전문 유튜버도 등장했다.

한 유튜버가 올린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 영상은 조회수 33만회를 기록했고, ‘나도 실천해보겠다’ ‘응원한다’ ‘대단하다’ 등 댓글이 500여개 달렸다.

무지출을 실천하는 이들은 “현재 상황이 마냥 우울하고 힘든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0대 직장인 A씨는 “돈을 아끼기 시작하면서 삶이 좀 팍팍해진 건 맞지만 돈을 아끼고 싶은 제 의지가 더 크다”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돈 아끼는 중이라고 말하면 다들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분위기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돈이 조금씩 통장에 모이는 걸 보니 뿌듯하고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가 벌이는 무지출 운동은 과거 ‘자린고비’로 인식되던 절약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불안정한 상황에서 본인의 미래와 성장을 대비하는 하나의 전략으로써 ‘무지출’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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