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사망 일가족' 체내서 수면제 성분 발견
블랙박스 대화 내용 등 확인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추정
지난달 전남 완도의 바닷속에서 인양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모양(10) 가족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차량 블랙박스 등을 복원한 경찰은 부모가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숨진 조양과 부모의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조양과 부모의 체내에서 모두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다만 이들이 얼마만큼의 수면제를 복용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분석 중이다.
조양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등을 복원한 경찰은 조양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 등에는 부모의 극단 선택을 추정할 수 있는 대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 부모가 바닷물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화 내용 등도 일부 확인됐다. 조양 부모는 차량이 인양된 지점 인근 방파제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1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광주광역시에 살던 조양과 30대 부모는 지난달 29일 완도 바닷속에서 인양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양 부모는 지난 5월 아이의 학교에 한 달 일정의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같은 달 31일부터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관련 기관 등은 이 사건을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보고 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미성년자의 부모가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를 말한다.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부모가 뒤를 잇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살아남은 부모에 대해서는 ‘명백한 살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자 중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18년부터 자녀를 살해한 후의 자살을 아동학대 사망 원인에 포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8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자 28명 중 7명(5건)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이었다.
42명의 아동학대 사망자가 확인된 2019년에는 9명(6건)이 부모가 아동을 살해하고 자살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경우였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에는 43명으로 집계된 아동학대 사망자의 27%에 달하는 12명(12건)이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부모에 의해 살해당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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