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랏돈으로 회원들에게 '장사'..외식업중앙회의 배신
한국외식업중앙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전국의 음식점 업주 43만 명이 회원입니다. 기댈 곳 없는 자영업자들의 권익을 지키려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 엉뚱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방역 물품 지원금을 줬는데, 이걸 이용해 돈벌이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20억 원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추적보도 훅,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물품 지원금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을 산 뒤, 영수증을 내면 최대 10만 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음식점 업주 회원들을 대상으로 10만 원짜리 맞춤 방역 물품 세트를 팔기 시작합니다.
다른 데서 사지 말고 10만 원을 중앙회로 입금하면 KF94 마스크 250장을 보내준다는 겁니다.
마스크 1장에 400원꼴, "특별혜택"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자영업자 이익 단체가 홍보하니 업주들은 별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중앙회 홍보를 믿고 주문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A씨/음식점 업주 : 단체로 사준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좋은 거로 해주겠지 했는데 가격도 더블, 더블도 더 돼요.]
올 1~2월 이 단체가 판매한 마스크 가격을 확인해봤습니다.
온라인에서 장당 180원부터 347원.
중앙회가 판 가격보다 쌉니다.
많게는 마스크 1장당 220원 차이였습니다.
[A씨/음식점 업주 : 조합하고 공제회 만든 설립 목적이 우리가 그쪽에 기대고 의지하고 이건데, 케어해주기는커녕…]
내부 문건으로 확인했더니 이렇게 판매된 방역세트는 9만5천 개, 20억 8800만 원을 벌었습니다.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B씨/음식점 업주 : 이거 잘못되지 않았느냐. 단체로 사면 지금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값을) 낮춰 팔아야지 배로 더 받느냐고 말하니까 (담당 직원은) '그건 전 잘 모르겠고 이렇게 팔라고 해서 팝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중앙회는 판매실적이 좋은 지회 30곳에 총 1억 27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회원들에게 마스크 비싸게 팔아 남긴 돈으로 상금까지 준 셈입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를 찾아갔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 : 글쎄요. 좋은 일 한다고 했는데 '아 도덕적으로 잘못됐어'라고 하면 '아닙니다' 소리는 못 하죠.]
다만 "문제를 깨닫고 지난 4월 이사회를 거쳐 수익금 중 8억 원을 사회 공헌에 쓰기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정부 관할 부처는 "이번 경우 관리 감독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가 특정 단체 이윤 추구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회원 A씨는 중앙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을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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