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구성 협상 결렬 '과방위' 놓고 충돌..여 "공정방송 필요" 야 "언론 장악"

권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비공개 원구성 협상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13일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을 위해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공영방송 지배 구조 문제를 관장하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원구성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여당의 언론 장악을 막겠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공정한 언론 환경을 위해서”라고 밝히며 과방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상임위 배분을 위한 비공개 회동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당 원내수석은 회동 불발 후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진성준 원내수석은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와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만큼은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반드시 맡아야 한다”며 “행안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이 맡는 조건으로 그 어떤 상임위도 국민의힘이 선택하는 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진 원내수석은 과방위만큼은 민주당이 반드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물러날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등 방송 장악 의도가 노골적으로 천명되는 상황”이라며 “방송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려면 과방위 만큼은 민주당이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하는 의도가 국민의힘이 과방위원장을 계속 맡겠다고 고집하는 근본적 이유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진 원내수석은 행안위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부활시켜 과거 치안본부 체제로 돌아가려 하고, 법을 뛰어넘는 시행령 개정으로 (경찰국 설치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경찰 장악 의도를 저지하고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려면 (경찰을) 소관하는 행안위원장을 반드시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언석 원내수석은 기자회견에서 “과방위와 행안위를 민주당에서 가져가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굉장히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국가 균형과 국가 조직의 근본에 해당되는 행안위, 과방위도 당연히 국민의힘에서 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원내수석은 “지난 정권 5년 동안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언론 환경을 위해서는 우리 여당이 과방위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수석은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추진하던 내용이 있었는데, 문제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위원장을 가져와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과방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결론낼 계획이다. 진 원내수석은 “원내수석 간 회동에선 이 문제를 타결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원내대표 회담에서 담판을 짓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내일 원내대표 간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야는 제헌절인 오는 17일 전까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데에 합의한 상황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헌절 전에는 (국회가) 다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개특위 구성에서 이견이 많이 좁혀진 상황인가’라는 질문에 “많이 좁혀지고 있으니 주말에는 다 해결된다고 하는 것”이라 답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