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금리 인상 분명히.. 경기침체 가속화 우려 부담
이창용 "0.25%P씩 점진적인 인상"
연말 2.75∼3% 이를 것으로 전망
한·미 금리격차 0.5∼0.75%P로 벌려
미 추가 자이언트스텝 땐 역전될 듯
이총재 "금리 역전 자체는 문제 아냐"
당국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할 수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 금리 인상 폭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사전 안내지침)를 제공했다.
이례적인 이번 빅스텝의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월 금통위 당시 한은이 예상한 물가 정점 시기는 5∼7월로, 2분기가 지나면서 물가 상승세가 반환점을 지날 것으로 관측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4.1%, 4월 4.8%, 5월 5.4%에 이어 6월 6.0%까지 오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며 물가 정점의 시기를 3분기로 제시했다. 4월 8.3% 이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 들어 오히려 8.6%로 반등하는 등 예상과 다른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가 제시한 물가 정점 시기는 3분기 말∼4분기 초로 조금 더 후퇴했다. 이 총재는 “한 달 전만 해도 110달러, 120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다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천연가스와 농산물 가격은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정점 후 급속히 떨어지지 않고 완만히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연준이 이달 추가 자이언트스텝에 나선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지는 역전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에 이어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에 대해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 잡기가 최우선 과제이긴 하지만, 이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한은의 큰 고민이다. 한은은 5월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 내년 2.4%로 각각 제시했지만, 이날 전망은 올해 2%대 중반, 내년 2%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통화당국은 이날 출렁이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과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추 부총리와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양국의 경제·금융 협력과 G20(주요 20개국) 등을 통한 정책 공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한은을 찾아 이 총재와 글로벌 경제 상황 및 정책 공조 등에 관한 양자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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