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선제검사 늘렸지만..고위험군 관리 땜질처방 그쳐

임재희 2022. 7. 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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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치료제 처방·면회 제한 등 조처뿐
약속한 환기실·격리실 지원 '소걸음'
간병인력 부족도 여전히 해결안돼
투석·분만 등 특수병상 차출 재탕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정부가 13일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내놨지만, 대유행 때마다 사망·위중증 피해가 집중된 요양병원·시설과 투석·분만·소아·응급환자에 대해선 여전히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고위험군 집중 관리로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나, 정작 고위험군 집중 관리를 위한 근본 대책이 빠진 셈이다. 확진자가 늘 때마다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려면 간병 인력 부족과 열악한 시설 문제를 해소하고,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1인실 확대처럼 감염에 취약한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제 처방·선제검사…기존 대책 확대·연장

질병관리청 분석을 보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9일까지 최근 4주간 요양병원·시설에선 20건의 집단감염으로 357명이 확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273명)의 23.1%인 63명은 사망 장소가 요양병원(50명)과 전담요양병원과(7명), 요양원(6명)으로 보고됐다. 이에 방역당국은 먹는 치료제를 감염 취약시설 등 고위험군에 초기 적극 처방토록 권고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258개 보건소를 통해 신속 공급하기로 했다.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 내 확진자 진료를 위해 11일 기준 150개 기관 196개 팀으로 운영 중인 의료 기동전담반은 8월 말까지 운영을 연장한다. 시기 등이 구체화된 이들 대책은 모두 확진자 발생 이후 이뤄지는 ‘사후 조처’다.

고령층·기저질환자의 높은 치명률을 고려할 때 시급한 대책은 감염을 막을 ‘사전 조처’다. 정부는 주 1회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는 종사자 선제검사 주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확진자가 10만명으로 늘면 PCR·신속항원검사를 각각 주 1회씩, 20만명이 되면 주 2회씩이다. 입소 때 PCR 1회인 신규 입소자에 대해서도 10만명 확진자 발생 시 PCR 2회·4일 격리로 강화한다. 현재 허용 중인 접촉면회와 외출·외박에 대해서도 재유행 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유행 기준 등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코로나 장기화에 “인력부족 등 근본 해법 마련해야”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기존에 정부가 시행한 적이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것들이다. 앞선 다섯 차례 코로나 유행 때마다 감염 취약시설에서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엔 한계가 명확했던 대책들이다. 이에 일선 현장과 전문가들은 코로나 장기화와 새로운 변이 확산 가능성 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감염 예방 대책을 내놓을 때라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출범 100일 안에 요양병원·시설 내 환기시설과 격리실, 면회실 설비기준을 마련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7년 2월 전에 개설된 전체 80% 요양병원에 환기시설 설치의무가 없어 전수 실태조사를 거쳐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관련 실태조사(8월)와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며, 내년도 예산 확보도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시설의 감염 예방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간병 인력 부족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한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병상 간 거리 조정으로 비말 감염은 많이 줄어 대부분은 접촉 감염”이라며 “(여러 환자들을 접촉해야 하는) 간병인에 대해선 법적으로 인력 배칙기준이나 업무, 역할, 책임 등이 규정돼 있지 않고 직접 고용해 교육을 하면 불법인 까닭에 감염 예방 교육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감염내과)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병실 구조를 바꾸고 요양병원과 시설의 인력 관리 계획을 잡을 태스크포스 등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당장 유행이 오니까 단기 대책만 얘기했다”며 “유행 상황이 나빠지면 단기 계획에 치중하면서 중장기 계획을 못 세우는 악순환에 빠질 게 아니라, 자문위원회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담병상 아닌 일반의료체계서 제때 치료 받아야”

올해 1월부터 이어진 오미크론 5차 유행을 겪으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병 등 다른 질환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중증·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랐다. 방역당국 예상대로 8~10월 확진자가 20만명까지 급증할 경우 이런 ‘진료 공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텐데, 정부는 전담 병상을 확보하는 기존 방식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투석·분만·소아 등 특수병상을 음압병상으로 추가 확보하고, 의료기관에 투석 200%·분만 300% 추가 수가를 보상해주는 방안을 수립했다. 지난 4일 기준 투석 병상 288개, 분만 병상 250개, 소아 병상 246개에 그치는데, 정부는 몇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지 등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응급실은 이달 중 일반격리실과 코호트격리구역 등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배제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특수 병상을 둬서 코로나19에 확진된 다른 질병 환자를 일반 의료체계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는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기존의 일반 의료체계에서 감염에 주의하면서 확진자를 진료·치료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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