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다시 심판대 오르는 '사형제'..헌재 판단 이번엔 달라질까

이유지 2022. 7. 13. 19: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십 년간 '존폐 논쟁'의 대상이 됐던 사형제(死形制)가 또다시 심판대에 오른다.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제의 헌법 합치 여부를 따지기로 한 것이다.

앞선 심판에서 위헌과 합헌의 의견 격차가 점차 줄어든 데다, 헌법재판관 중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만큼 헌재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사형제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96년 '7대 2'·2010년 '5대 4' 합헌 후 세 번째
존속살해 무기수 헌법소원..이례적 공개 변론
범죄 예방 효과, 생명권 침해 여부 등 주요 쟁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착석하고 있다. 뉴스1

수십 년간 '존폐 논쟁'의 대상이 됐던 사형제(死形制)가 또다시 심판대에 오른다.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제의 헌법 합치 여부를 따지기로 한 것이다. 앞선 심판에서 위헌과 합헌의 의견 격차가 점차 줄어든 데다, 헌법재판관 중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만큼 헌재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사형제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2018년 '부천 부모 살해 사건'으로 기소된 윤모씨가 검찰의 1심 사형 구형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제기한 사건이다. 심판대상 조항은 사형을 형벌로 규정하는 형법 41조 1항,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250조 2항이다.

법조계에선 윤씨의 청구가 각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윤씨가 이미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상태라, 소의 이익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는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해 심판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사형제 위헌 여부 심판의 쟁점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생명권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 응보(應報·범죄에 대한 응당한 보복)의 처벌이 합당한지 등이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사형의 범죄 억제 효과에 일치된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고, 집행 후엔 오판 판명돼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는 의견을 사전에 제출했다.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등으로도 처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청구인 측 주장이다. 또한 "생명은 절대적 가치로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하는 것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사형은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사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된 범죄는 흉악범죄에 한정돼있고 사형선고도 엄격한 요건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라는 논리도 펴고 있다.

법조계는 헌재가 앞서 두 번의 합헌 결정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현재 국내 생존하는 사형수는 군 교도소에 수감된 4명을 포함해 총 59명인데, 우리 정부는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25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데다가 정부는 2020년 유엔 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일시 유예)’ 결의안에 찬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전 심판에서 합헌과 위헌 판단의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 점도 헌재의 판단 변화를 점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1996년 첫 판단에선 재판관 2명이, 2010년 두 번째엔 재판관 4명이 각각 위헌 의견을 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12년 전인 2010년에 이미 5명과 4명으로 합헌과 위헌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진보 색채를 띠는 재판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유남석·이석태·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은 사형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으며,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사형제 위헌 결정에는 6명 이상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