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보험사기 잡는다..진화하는 방식·보험금 환수는 숙제

오정인 기자 2022. 7.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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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는 보험사기를 잡기 위해 결국 보험사들이 직접 나섰지만 상황은 여전합니다.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보험사기 역시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감시망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과 범정부합동조사단 추진, 전담인력 확보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웹 크롤링 기법 적용
특정 키워드로 온라인·앱 자동 분석

오늘(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 NH농협생명, DGB생명 등 보험사들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보험사기 의심 사례 및 알선 행위 등을 적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를 예방·방지하거나 실제 보험금 청구가 신청된 건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최근 삼성생명은 '웹 크롤링(Web Crawling)' 방식으로 보험사기 적발에 나섰습니다. 보험사기와 관련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애플리케이션 등의 게시글을 자동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입니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코 성형수술을 질병 관련 수술로 둔갑해 실손 부당청구를 조장한 사례들을 적발했습니다. 한 성형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일부 병원들이 '코 성형'을 시술한 뒤 시술후기에는 '질병 치료'로 조작하고 입원 등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확한 약제명이 확인되지 않는 혼합주사제와 미용·치료 경계에 있는 비밸브재건술 등을 활용해 코성형을 하고 실손보험 진료비 계산서를 발행한 것입니다. 해당 병원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에만 백내장 실손보장 관련 보험사기 유인, 알선이 의심되는 병원 병원 26개를 적발해 행정신고를 완료했고, 코 성형을 질병 치료로 둔갑시켜 실손 부당청구를 조장한 9건의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504개 게시글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그 중 4개 병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활용한 보험사기 유인, 알선 게시글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쉽게 보험사기에 노출되고 있다"며 "웹 크롤링은 보험금이 청구되기 이전 단계에서 확인·적발하는 방식으로 보험사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DB손보, 올해부터 T-System 도입
공모관계 분석해 보험사기 사례 적발

보험금이 청구된 이후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경우 관계자들 간 공모관계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은 빅데이터 분석기법과 보험사기 대규모 조직·지능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기 공모관계를 분석하는 'DB T-System(DB Total Analysis Syste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치과에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자 DB손보는 T-System 분석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특정 모집인 2명의 가입 고객들이 해당 치과에 집중적으로 내원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들이 청구한 보험금은 DB손보가 해당 치과에 지급한 전체 보험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DB손보는 해당 계약 및 보험금 지급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보험가입 패턴의 유사성과 허위청구 정황 등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진행했습니다. DB손보는 올해부터 도입·운영된 T-System을 통해 20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백내장·하이푸 관련 청구가 급증하는 병원 대상으로 T-System 분석을 진행한 결과 브로커 집단의 환자 소개알선 혐의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B손보 관계자는 "이에 대한 불법행위를 추적해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NH농협생명은 기존의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한 NFAS(Nonghyup life 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을 지난 5월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 관련 위험요소를 찾아 보험금 부당청구 가능성이나 이상징후 수치를 계량화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시스템과 더불어 NFAS까지 가동한 결과,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에만 25건의 보험사기 적발 사례를 경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연루된 고객은 약 65명이며, 적발금액은 약 13억 1100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적발 금액 증가하는데 인원은 감소
보험사기 지능형·조직형으로 확대

문제는 보험사가 자체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기를 잡는 속도보다 보험사기 수법과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적발된 인원은 증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연간 7만9000명대에서 9만8000명대 사이입니다. 

2017년 8만3535명에서 2018년에는 7만9179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후 2020년까지는 증가세를 보였는데, 지난해에는 9만7629명으로 약 1200명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7302억 원에서 9434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발된 인원은 줄었는데 금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기가 지능형·조직형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보험사들이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전문가 '전담조직' 필요성 강조
급증할 경우 '보험 시스템' 붕괴 우려도

적발된 사례를 경찰에 수사의뢰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만약 보험금이 이미 지급된 경우라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보험사가 이를 돌려받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으려면 우선 경찰 수사 결론이 나와야 하고,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서 가능하다"며 "결국 이런 사례들이 쌓일수록 보험금 누수가 심각해지고 결국 선량한 소비자들에겐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보험사기전담인력 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조직 내 전담인력이 배치되면 수사도 더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전담 인력·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사기가 의심되거나 연루된 이들을 소환해 조사·수사할 수 있는 권하는 경찰과 검찰 뿐인데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깊이있게, 지속성있게 이뤄지지 못한다"며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고, 경찰 조직 내 전담 조직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도 마찬가지지만 각 분야에 대한 자료가 쌓이고 전담인력들의 노하우가 축적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보험사의 시스템도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언더라이팅(가입심사)부터 촘촘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험사기를 아예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보험사기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크게는 보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전담 조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국회서 열린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과 수사적발, 처벌 등 3단계가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합동대책반은 이름 자체가 일시적이라는 느낌이 있어 전담기구를 마련하는 관계 기관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상시적인 조직의 형태를 갖추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이주환·윤창현·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홍성국·김한정·윤관석·김병욱·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른바 가평계곡 살인 사건, 이은해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개정안 논의가 좀 더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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