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무덤' 매니저·스타일리스트.."환경 개선됐다"는데 현장에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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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평균 연령대가 20대 초반으로 청년들이 다수이면서 노동환경이 특히 열악한 곳으로 꼽혀 온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를 정부가 근로감독한 결과, 여전히 기본적인 노동법규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정부 조사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의 강력한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부는 2년 전 실시했던 패션 스타일리스트 6개사 대상 근로감독 당시와 비교하면 "노동환경이 다소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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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체, 프리랜서 노동환경은 파악 안 돼
"TV 속 아름다운 세상 뒤에서 근로기준법과 거리가 먼 20대 청춘들이 갈려 나가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를 휴일도 없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떠받치고 있죠. 일회성 근로감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3년차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A씨
종사자 평균 연령대가 20대 초반으로 청년들이 다수이면서 노동환경이 특히 열악한 곳으로 꼽혀 온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를 정부가 근로감독한 결과, 여전히 기본적인 노동법규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정부 조사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의 강력한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는 "연예 기획사 2곳과 패션 스타일리스트 10개사에서 총 55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며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이나 연장근로시간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도와 권고 조치를 통해 이들을 관리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2년 전 실시했던 패션 스타일리스트 6개사 대상 근로감독 당시와 비교하면 "노동환경이 다소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만 해도 감독 대상이 모두 따르지 않았던 최저임금의 경우 올해 모든 회사에서 준수하고 있었고, 임금 수준은 2년 전 월 30만~60만 원에서 올해 145만~245만 원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당시 한 군데도 쓰지 않았던 근로계약서는 올해 10곳 중 3곳이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번 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고용부가 "동종 업계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해 소속 연예인이 많은 기획사와 일정 금액 이상의 도급 관계에 있는 스타일리스트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힌 대로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곳만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업체 및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결성된 패션어시유니온에서 활동명 '마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조사 대상이 된 곳들은 업계에선 '대기업' 수준"이라며 "주변을 보면 실제로 받는 월급은 100만~120만 원 수준으로 여전히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제도 이들에겐 '꿈'이다. A씨는 "촬영 시간만 주 52시간이지, 그 전부터 의상 준비하고 이후 정리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우리는 하루 12시간 노동은 기본"이라며 "계약서를 쓰더라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도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2.2%나 됐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더 강력한 근로감독과 사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청년유니온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실태조사 이후 "업계 구조상 당사자가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기 어려운 만큼 스타일리스트 또는 기획사가 자발적 변화를 시작해야 하며, 정부가 이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A씨는 "2년 전 정부가 특별 관리감독을 나왔지만 과태료를 물린 것도 아니고, 보여주기식으로 계약서 몇 장 쓰고 끝났다"며 "어차피 3, 4개월 지나면 다시 안 지키기 시작하는 이런 형태로는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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