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트위터 M&A 깬 머스크..그간 깨진 세기의 딜 보니

김연지 2022. 7. 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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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M&A, 단순 변심 or 재협상 위한 묘수?
경쟁사 반발, 규제당국 승인 불발로 깨진 M&A 있었어도
계약 작성 후 깬 사례는 드물어..韓 남양-한앤코 사례 관심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인수·합병(M&A)은 신중한 조건 협상을 거쳐 기업 간 인연을 맺는 과정이기 때문에 종종 ‘결혼’에 비유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 간의 소송이 본격화되는 것을 두고 한 IB 업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440억달러(약 57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 트위터의 허수 이용자 비중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과 트위터가 동의 없이 인적 구조조정 등과 같은 경영상 변화를 단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가 단순 변심으로 인수를 결렬시킨 것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수금액을 조정하기 위한 묘수로 ‘인수 철회’ 카드를 내밀었다는 설명이다. 그간 ‘세기의 딜’로 남을 수 있던 M&A 건이 여러 이유로 무산된 가운데 이번 트위터 딜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고조된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재협상 위한 ‘철회’ 카드?…머스크의 트위터 M&A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440억달러 규모의 인수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머스크 테슬라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위터는 소장에서 머스크가 문제 삼는 트위터의 가짜 계정은 계약 파기를 위한 구실이라는 점을 짚으며 “머스크는 변심으로 트위터에 타격을 입혔고, 회사 영업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합병 합의서에 서명한 이후 트위터와 거래를 거듭 폄하하고 주가를 끌어내렸다”며 “주주가치를 파괴한 뒤 물러날 자유가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머스크 CEO는 트위터 지분 9.2%를 확보하며 인수 작업에 들어갔고, 약 한 달도 되지 않아 매각 계약에 합의했다. 잡음이 나기 시작한 것은 계약 직후 머스크 CEO가 트위터의 스팸 계정 관련 정보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측이 스팸 계정 비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계약 파기’ 카드를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의 인수 철회가 사실은 인수 취소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인수금액을 조정하기 위한 묘수라고 보고 있다. 머스크 CEO가 애초 합의했던 트위터 인수금액은 지난 4월 말 주가 대비 38%의 인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54.2달러였다. 주가가 폭락한 현재로 따지면 머스크가 얹은 프리미엄 비율은 50%에 가까워진다. 머스크 CEO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이 현 주가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외신과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마터면 ‘세기의 딜’…그간 깨진 사례 보니

‘세기의 딜’로 남을 법 했던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가 불발되면서 M&A 질서를 무너뜨린 다른 사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간의 소송전에 IB 업계 관계자들이 관심이 쏟는 모양새다. 전례 없는 M&A 노쇼로 논란이 된 남양유업은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해를 넘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대주주 측은 앞서 한앤코와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홍 회장 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한앤코는 소송을 통해 홍 회장 등을 상대로 계약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홍 회장 측은 여전히 계약 무효를 외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무산된 M&A 사례는 국내외에 수두룩하다. 독점 이슈로 인한 업계 우려와 규제당국 승인 불발, 입장 차이 등으로 무산된 경우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가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해온 ARM 인수는 올해 초 무산됐다. ARM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굵직굵직한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실패 원인으로는 주요 경쟁사들의 반발과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불발 등이 꼽힌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비롯한 일부 국가는 ‘반도체 국가 안보’ 차원의 우려를 꾸준히 표명해왔다. 이들 중 특히 ARM을 ‘국가 자산’이라고 표현한 영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인수 논의 과정에서 의견 차이로 불발된 사례도 종종 포착된다. 예컨대 야후 인수를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과 검색 엔진, 아시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08년 이를 철회했다. 인수가격을 비롯한 인수 조건을 두고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외신들에 따르면 MS는 당시 야후 인수가를 주당 33달러 수준으로 올려 제안했지만, 야후 측은 MS가 제시한 가격보다 주당 4달러 높은 37달러를 고집해왔다. 이에 MS 측은 “인수 제안을 철회하는 것이 MS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계획을 접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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