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보다 고물가가 더 급한 불.. "0.25%p씩 추가 인상" [한은 사상 첫 빅스텝]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빅스텝'
이 총재 "이후에도 점진적 긴축"
이자부담 커지는 취약계층 지원
대출 고정금리 전환 등 대책 추진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한 13일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금리 안내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0.5%p 올린 사상 첫 빅스텝에 더해 연말까지 최대 0.75%p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 회의는 올해 세차례 남았다. 한은 입장에서 빅스텝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24년 만에 6% 이상 치솟은 소비자물가는 하반기에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미국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역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빠르게 높아지는 기대인플레이션도 걱정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가계·기업 이자부담 가중과 소비위축, 경제침체로 이어지는 복합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빅스텝으로 인플레 선제대응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한번에 (금리를) 0.50%p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며 "0.50%p 금리인상은 매우 예외적이다.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금리인상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향후 금리결정 역시 물가안정에 방점을 둘 방침이다.

이 총재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 수준으로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 잡는 통화정책이 경기에도 좋고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본다"며 "정부에서도 이런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정책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근원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4% 선으로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높다는 평가다. 이 같은 높은 인플레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2.25% 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의 하단에 가까워진 정도로, 이후 1~2차례 금리를 더 올린다고 해도 긴축적 통화정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성장보다 물가…점진적 금리인상

저성장 우려와 관련해서도 물가안정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상황은 연말로 갈수록 하방위험이 커지지만 현재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다"며 "한은은 앞서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내년은 2.4%로 전망했고 이후 전망은 이보다 낮아질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과 슬로플레이션(경기둔화+물가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염두에 뒀다.

이 총재는 "(국내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는 3% 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를 2.73%에서 3%까지로 예상한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이미 물가가 6%로 오른 상황에서 연말 2.75~3.0% 기대는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은 합리적인 기대"라며 "다만 불확실성은 크다. 주요 선진국의 금리변화와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담에 대한 금리조정 가능성도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예정대로 9월 말 이후 종료되더라도 현재 지원받고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현재와 같이 0.25%의 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도 선별적 지원방안을 찾도록 하겠다"며 "가계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지원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