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중국 AI가 분석합니다.."공산당에 대한 당신의 충성심은 몇 점?"
[앵커]
인공지능, 즉 AI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미래에 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공상과학 영화들, 있죠?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좀 섬뜩한 이런 장면들이 중국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는데요.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상상 같은 현실이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AI가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 말하지 않은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는 건데요.
중국의 국영 과학 연구소가 개발했습니다.
연구소가 공개한 영상 보실까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어딘가로 들어가는데, '스마트 사상정치'라고 적혀 있습니다.
모니터에는 중국 공산당 관련 콘텐츠가 가득한데요.
연구원이 화면을 보는 동안 AI가 그 사람의 시선과 표정, 뇌파 등을 분석해 사상과 정치 교육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 측정합니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 시험인데요.
그래서 지금 이 기술의 '목적이 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앵커]
기계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서 하는 '충성심 테스트'라는 건가요?
[기자]
네, 중국에는 '학습강국'이란 앱이 있는데요.
중국 공산당원 1억 명 가까이가 쓰는 전용 앱이거든요.
매일 이 앱에 접속해서 시진핑 주석의 말과 글이 담긴 영상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앱 이름 '학습'에 '습'자가 익힐 '습'이 아니고 시진핑 주석의 성을 의미한다며 '시 주석을 배우다'라고 할 정도라는데요.
이젠 과학기술까지 동원해 당원의 충성심이 진짜인지 '검증'하고, 나아가 얼마나 충성심이 깊은지 '점수'까지 매기겠단 겁니다.
[중국 허페이 국가과학센터 홍보 영상 : "공산당에 감사함을 느끼고, 당의 말을 경청하며, 당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앵커]
이 정도면 충성심을 강요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세뇌가 아니냐'며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소는 해당 영상을 내린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공산당의 결합은 시진핑 주석의 국정 운영 기조이기도 합니다.
2018년 인공지능을 중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고요.
이듬해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당 건설을 주창했습니다.
당을 강화하겠다는 건데,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듣는지 '감시'하고, 종일 근무로 지친 공장 노동자들의 '감정'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AI가 '감시'하고 '감정'까지 파악한다, 소름 돋는데요?
[기자]
네, 지금으로부터 7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소설 '1984' 속 감시자죠, '빅 브라더'가 중국에선 현실이 된 지 이미 오래라고 합니다.
사생활, 인권 침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사회통제망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전체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감시카메라만 무려 5억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워낙 촘촘하게 감시가 이뤄져서 하늘의 그물이란 뜻의 '톈왕'이라고 불린다는데요.
오늘 내가 만난 사람, 먹은 음식 다 노출된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고, 걸어 다니는 자세만으로 식별이 가능한 수준인데요.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기는 합니다.
17년 전 지명수배됐던 살인 용의자가 잡히기도 했고, 잃어버린 아이를 14년 만에 찾은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안면인식은 물론 홍채와 염색체, 그리고 목소리까지 주민들의 생체 정보를 너무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더 심해졌다는데요.
국민 건강과 안전, 사회의 안정을 이유로 내세우곤 있지만, 사실은 14억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허난성 정저우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들이 시위를 벌이지 못하게 건강 코드를 조작한 일도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건강 코드에 빨간색이 뜨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거든요.
[앵커]
그러니까 건강 코드를 조작해서 시위가 비화되는 걸 봉쇄했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네, 시위대 3천 명 정도가 모였다는데, 중국 당국도 많이 놀랐던 모양입니다.
중국은 돼지고깃값 폭등과 같은 민생 불안이나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을 극도로 경계하는데요.
공산당 체제의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 샐 틈 없이 단속하고 통제하고 있는 건데, 인공지능 AI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통제가 더 일반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는 거죠.
올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사상 통제는 더 강화될 거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인공지능으로 충성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나선 국영 연구소도 자신들의 성과를 시 주석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일부러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인권에 대해 다시 또 생각해 보게 됩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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