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고대 그리스, 수학 모르면 철학도 못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2022. 7.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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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필즈상'으로 본 수학의 역사와 응용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 '기하 모르면 출입금지' 명시
17세기 방정식·미분 논쟁 거치며 과학·문명 발전 뒷받침
AI·반도체로 응용 연구 확산..국가 경쟁력 핵심 자리매김
17세기 ‘미분 논쟁’을 벌인 라이프니치(왼쪽)와 아이작 뉴턴.
[서울경제]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 고대 그리스 플라톤이 세운 학당인 ‘아카데미아’의 입구에 붙여졌던 글이다. 그만큼 수학은 인류의 삶과 함께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스칼라·석학교수가 최근 필즈상(수학의 노벨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수학의 역사와 함께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관심이 모아진다.

인류는 수렵과 목축을 할 때부터 동물이나 곡식 숫자를 계산하고 물물교환을 하기 위해 자연수를 썼다. 인류의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기원전 3000여 년 전 분수(유리수)를 사용한 쐐기문자를 볼 수 있다. 이집트문명·황하문명·인더스문명에서도 수학이 발전했다. 국가적으로 토지를 측량해 세금을 걷고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 많이 유학했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수학의 중심으로 기하학을 꼽았다. 철학자인 플라톤은 기하학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성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며 기하학의 가치를 모르면 철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에는 수학을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피타고라스의 제자인 히파소스가 무리수를 발견했다가 유리수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다른 피타고라스 일파에 의해 살해된 일화도 있다.

기원전 300년께 그리스의 수학자인 유클리드는 당시까지 3000여 년 수학사를 정리해 ‘원론’을 썼다. 오늘날 현대 수학 교육의 뿌리가 된 것이다.

동서양을 하나로 묶은 아라비아 수학과 십진법·방정식·대수학·기하학 등의 연구에 공헌한 인도 수학도 매우 뛰어났다. 황하문명의 수학 수준도 높아 고대 상나라의 우임금 시기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알고 있었다. 남북조 시대 조충지는 원주율을 서양보다 1000여 년 앞서 계산했다. 동양의 방정식 계산법도 서양보다 수백 년 앞섰다.

서양에서는 로마제국 1000여 년과 중세 500여 년간이 수학의 암흑기로 불린다. 로마 지배하에 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화재로 인해 방대한 수학 책이 소실된 것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수학 책을 불태웠다. 물론 이 시기 유럽 외 지역에서는 수학이 계속 발전해 인도 수학자인 브라마굽타는 7세기 초 같은 두 수의 뺄셈인 ‘0’을 정의하고 사용했다.

유럽에서도 14세기 르네상스기가 도래하며 상업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수학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된다. 이때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들어오면서 유럽의 수학도 다시 발전하게 된다. 실례로 대항해시대에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가로와 세로가 수직으로 만나는 두 선이라는 좌표를 만들어낸다. 해석 기하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방정식이 쓰이게 된 것이다.

17세기에 영국의 아이작 뉴턴과 독일의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 사이에 ‘미분’의 원조를 놓고 벌인 논쟁은 수학사에서 매우 유명하다. 미분이란 어떤 운동이나 함수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영국왕립학회장이던 뉴턴이 변방의 수학자인 라이프니치에게 승리를 거뒀으나 오늘날에는 라이프니치의 미분이 더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분이 있었기에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2호가 우주선의 정확한 궤도를 계산해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탐사하고 태양계 너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한 흑인 여성이 인종차별을 뚫고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성공에 기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수학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을 뒷받침했다. 수학 원리는 기초과학뿐 아니라 AI·반도체·자율주행차·우주·컴퓨터·스마트폰 등의 응용, 개발에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실례로 구글의 AI 오픈소스인 텐서플로어도 선형대수학·확률론·미적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수학·과학·정보 교육을 강화해야 과학기술 간 융합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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