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대출금리 '들썩'..영끌족·취약차주 '어쩌나'

김정현 2022. 7.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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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
채권금리 단기물 상승..변동·신용금리 오를 듯
연말 기준금리 3% 가능성..대출금리 상승 수순
영끌족·취약차주 시름 깊어질듯..정부, 단기시장 대응

[이데일리 김정현 이연호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차주 1인당 연평균 이자부담이 연 1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이날 3.63~6.14%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4일(3.29~5.23%)과 비교하면 2개월도 안 돼 상단이 0.9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3.31~6.23%로 5월 24일(3.72~5.14%) 대비 상단이 1.09%포인트 급등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는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50bp 인상했다. 이른바 빅스텝은 물론, 세 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한은 사상 처음이다.

앞으로도 금리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25bp씩 인상하는 흐름이 바람직하다”면서 “연말께 기준금리가 2.75~3.00%로 오를 것이라 보는 시장의 기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그만큼 최근 물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당장 신용대출과 주담대 변동 금리 대출부터 뚜렷한 금리 상승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커지면서 금융채 6개월~1년물을 벤치마크하는 은행 대출금리부터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2.967%로 전일 대비 3.1bp 올랐다. 전달 말과 비교하면 23bp 급등한 수치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벤치마크하는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도 금리상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코픽스는 시중의 8개 은행의 조달금리와 조달잔액을 고려해 산출된다. 은행이 한은 금리 인상을 감안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올려 잡은 만큼 15일 코픽스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일제히 코픽스 금리를 추종하고 있는 만큼, 주담대 변동형 금리도 상승하는 수순이다.

당장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부담이 커진다. 차주가 주담대 5억원(30년 만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자가 4.5%인 경우 월평균 상환금이 253만3427만원이지만, 5.5%로 100bp 상승하는 경우 283만8945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월 상환액이 30만5518원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금융채 5년물을 추종하는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당분간은 금리 상승이 더딜 수 있다. 한은의 잇따른 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이날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8bp 하락한 3.646%였다. 전월 말과 비교하면 30bp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금리가 하락 중이지만 한은 기준금리가 연말 3%에 육박할 경우 5년물 금리도 상승을 면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25bp 상승할 때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75bp 인상됐으니 1인당 연간 112만7000원씩 더 내야 하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입한 ‘영끌족’들과 높은 금리에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취약차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 금리 인상 폭이 곧바로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만큼 당분간 은행 가계대출 금리도 위쪽을 바라볼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 단행에 대응해 향후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예상됐던 이슈라 그간 업권별로 취약 차주 보호와 건전성 강화 등의 대책을 강조해 왔지만 소위 ‘빅스텝’은 처음이다 보니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시장 상황 모니터링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김정현 (think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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