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 임금투쟁 배경엔 '고용 구조'

박지연 2022. 7.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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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용역업체 통해 간접고용
임금 인상 요구에 책임 떠넘겨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기자회견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가량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일부 대학에서는 시위가 학생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또 대학 본관을 점거하는 농성으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단순 시급 인상이 청소노동자 요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임금 인상은 전체가 아닌 일부다. 무엇보다 청소노동자들은 '원·하청 구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하청 고용 구조가 문제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등 13개 대학사업장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대학 측에 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며 집회 및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간당 임금은 9390원이다. 법정 최저임금이 지난해 시급 8720원에서 올해 9160원으로 440원 인상된 점을 감안해 400원 올려 달라는 것이 노동자들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서비스지부 내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16개 용역업체와 2022년 임금 단체 교섭을 벌였지만 용역업체 측은 이를 거부했다. 뒤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3일 미화·주차직 시급 400원 인상, 경비직 노동자 420원 인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용역업체가 대학 측에 책임을 넘기면서 10차례가 넘는 협상 끝에 결렬됐다.

이후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시위에 나섰고 시위는 학내 갈등으로 번졌다.

연세대 재학생 3명이 시위를 연 노동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어 고려대 노동자들은 이달 6일부터 고려대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고려대 측은 용역업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 본관 퇴거 요청 불이행 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외형상 시위는 임금이 주원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는 '원·하청' 고용 구조의 개선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고용 구조를 바꿔야 매년 반복되는 임금 투쟁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 대학은 용역업체를 두고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하고 있다. 때문에 시위 등이 발생할 경우 학교와 용역업체 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모습이다.

김선영 서울지역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대학이 해마다 예산을 짤 때 '용역비' 항목에도 물가 인상률 등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역비의 90% 이상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인건비로 들어간다는 것이 김 조직부장의 설명이다.

서재순 고려대 분회장은 "임금의 경우 2020년에는 230원, 2021년에는 130원가량 올랐다. 12년간 해마다 임금 투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 달에 받는 돈은 200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대부분 대학이 용역업체를 최저 금액을 제시하는 업체에 대한 '입찰제'로 정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청소노동자들은 샤워시설에 대한 요구를 줄기차게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측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3개 대학사업장의 휴게실 148개소 중 전용 샤워시설이 있는 곳은 16개에 불과했다. 건물 내 전용 샤워시설이 없는 청소노동자 76% 이상이 샤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학생들, 노동자와 연대 나서

매년 대학 노동자들의 시위가 반복되면서 대학생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청소·경비노동자들과 연대에 나서며 대학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

고려대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는 13일 오전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와 용역업체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소속 오수진씨는 "최저임금 인상분인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도, 학교는 100일 넘게 버티고 있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데에는 노동자분들의 노고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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