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살·어민북송..文정부 겨눈 尹정부, 전방위 전선 확대
진상규명TF 잇따라 띄운 與..野 "지지율 하락세 국면전환용" 강력반발
탈북어민 북송 놓고 "반인륜적 국가범죄" vs "흉악범죄자" 충돌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이동환 박형빈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연일 문재인 정부 시절 사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진상규명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이나 2019년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탈북어민 북송사건'이 대표적인 타깃이다.
진상 규명에서 나아가 신·구 권력의 갈등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이 진상규명의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국민의힘은 각종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파고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맞불 TF'를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전 정부를 겨냥하거나 보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가운데 민주당은 수세 국면 탈피를 위한 대대적 사정정국 조성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전면전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실 "중대 국가범죄"…감사원도 前정부에 메스
대통령실은 두 사건에 대해 "중대 국가범죄",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면서 진상규명 의지를 밝혀왔다.
통일부가 전날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들을 공개하자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탈북 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사정 정국'을 통한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야권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진상 규명은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하다는 기조다.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전 정부에서 국제법과 헌법을 위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낱낱이 규명하는 게 현 정부의 책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전 정부를 겨냥하거나 보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전선은 점차 넓어지고 있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사건 외에도 청와대 행정관 합참의장 조사 사건,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등 관련 의혹을 정조준하며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판단을 뒤집고, 이에 대통령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흐름도 반복되고 있다.
서해 공무원 사건의 경우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 시도'를 단정했다고 공식 사과했고, 탈북어민 북송의 경우 통일부가 당시 북송 조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북송 당시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감사원도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 판단을 내렸던 해경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임의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진상 규명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빚은 이른바 '소쿠리 투표'와 관련,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수도 착수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소송 등 전임 정부의 '정보공개소송 대응 현황' 전수조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진상규명 '올인'…민주당 "흉악범죄자" 부각
여야 정치권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회가 부재하자, 당 차원의 각종 TF를 만들어 전임 정부 진상규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TF는 대북 관련 이슈 등 안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보수진영 내 관심 이슈인 대북 문제를 파헤쳐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고, 국정동력 회복을 꾀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최근 '서해피격TF'에 이어 '국가안보문란TF', '동해선원 북송 사건 진상규명 TF'를 잇따라 띄웠다.
국가안보문란TF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청와대 행정관의 합참의장 임의 조사사건,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개입 등을 다루고 있다.
TF단장을 맡은 한기호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북한 김정은 정권 눈치보기 등이 안보문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원인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해선원 북송사건 TF'의 경우 탈북어민 북송사건을 주로 다룬다.
서해피격TF의 '후속편'격으로 동해선원 북송사건TF를 구성하고, 서해피격TF의 단장이었던 하태경 의원이 TF를 이끌 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를 만들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략적 의도를 갖고 사실 왜곡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친문 핵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황희 의원 등이 TF 활동 전면에 섰다.
TF는 이번 정부의 '월북판단 번복'에 현 정부의 국가안보실이 개입한 '정치사건'이라는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TF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송 사건을 두고는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 범죄자들도 우리 국민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냐"며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정쟁을 지속하더니, 하다 하다 이제는 16명을 죽인 북한 흉악범죄자를 왜 북한으로 돌려보냈냐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 대해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인도한 것인데 반인도적 범죄행위로까지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그분이 16명을 죽인 것은 인도적인가. 어떤 기준으로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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