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원 겨눈 검찰..'기록삭제·허위문서' 진상규명 속도(종합)

박재현 2022. 7.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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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문서 임의 삭제·생산 혐의 고발..당사자 반발에 진실 공방 양상
압수물 분석 후 '줄소환' 관측..국방부·청와대 '윗선' 등 수사 확대 가능성
국정원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고발인·피고발인의 진실 공방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13일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영장을 제시하면 국정원이 압수 대상 자료를 추려 검찰에 건네는 사실상 임의제출 형태로 진행됐다.

검찰은 국정원이 고발한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 중이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박 전 원장이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군의 첩보를 토대로 국정원이 생산한 보고서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서 전 원장이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추방한 사건에서 정부 합동 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켰다고 보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고발장에 공용전자 기록 손상 혐의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도 각각 기재했다.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가 임의로 삭제되거나, 사실과 다른 문서가 작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원장은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를 없애더라도 감청 정보 원본이 국방부 등에 남는 만큼, 국정원에서 보고서 삭제를 지시할 이유도 없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서 전 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야권은 과거 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합동 조사에 부적절한 지시나 압력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는 우선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국정원 메인 서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에서 생산·삭제된 모든 문서와 지시 사항 등이 기록되는 곳인 만큼, 서버에 남은 기록을 분석하면 양측 주장의 진위를 어렵지 않게 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 선별과 분석을 거친 후에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에서 혐의를 입증할 직원들의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확보한 자료와 조사 대상자들의 진술을 맞춰보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두 전직 원장을 고발한 국정원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했다.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왼쪽부터) (CG) [연합뉴스TV 제공]

국방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공공수사1부가 수사 중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생산된 기밀 정보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씨가 피살된 직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간 일부 기밀 정보에 대해서만 '필요한 조처'를 했다는 입장이다.

밈스에 올라간 정보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다른 부대에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삭제했을 뿐이며 통신감청 원본은 지우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만 군의 설명 이후에도 정보부대에서 북한군 통신 감청 원본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밈스에 올라간 기밀 정보를 임의로 삭제하는 것 자체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앞서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문서 생산과 삭제에 관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수사는 '동기'를 밝히는 데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 등을 고려해 탈북 어민 합동 조사를 조기에 종료하거나 숨진 이씨를 '월북'으로 몰아가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가 숨진 다음 날 청와대에서 두 차례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직후 국방부 내 기밀 정보가 삭제되는 등 청와대의 지시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조사 상황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문재인 정부 '윗선'까지 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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