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물가 4분기 초 정점..당분간 0.25%P씩 금리 인상"
1970년대 오일쇼크발 고물가
상당한 고통 경험한 후에 꺾여
빅스텝으로 선제 대응 나서
李 "금리 한두번 더 올려도
긴축정책으로 보기 어려워
한미금리 역전돼도 영향 작아"
내주 옐런 美재무장관과 면담
"통화스왑은 연준업무" 선그어
◆ 韓銀 첫 빅스텝 ◆
이 총재는 "1970년대 1·2차 유가파동 이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상회했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면서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들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 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꺾였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도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물가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집계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까지 치솟아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정점을 찍었다.
높은 물가 수준뿐 아니라 그 속도와 범위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린 반면,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압력도 커져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물가 상승의 확산 정도가 광범위한 상황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정점 시기를 오는 '3분기 말 또는 4분기 초'로 보고 있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2.25%에 대해 "중립금리의 하단에 가깝고 아직 중립금리에 왔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한두 번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시장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2.75~3.0%로 전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0.25%포인트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물가 상승 전개 과정이 앞으로 몇 달은 6% 조금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3분기 후반쯤부터 약간 꺾인다는 가정하에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다거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양방향 모두 우리가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운용을 강조하는 이 총재의 특성상 늦어도 4분기 초까지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냐'는 질문에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강하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생각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또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평균적으로 50~90bp(1bp=0.01%포인트), 최대로는 100bp가량 격차가 났다"면서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는 큰 의미가 없고,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고 방역조치가 강화되면 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을 감안해 미리 정책에 나설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오는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릴 예정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왑을 직접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왑은 미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미 연준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병준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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