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물가 4분기 초 정점..당분간 0.25%P씩 금리 인상"

안병준,박동환 2022. 7.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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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年 2.25%로
1970년대 오일쇼크발 고물가
상당한 고통 경험한 후에 꺾여
빅스텝으로 선제 대응 나서
李 "금리 한두번 더 올려도
긴축정책으로 보기 어려워
한미금리 역전돼도 영향 작아"
내주 옐런 美재무장관과 면담
"통화스왑은 연준업무" 선그어

◆ 韓銀 첫 빅스텝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선 것은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고(高)인플레이션'이 위험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은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빅스텝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물가폭등 시기'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1970년대 1·2차 유가파동 이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상회했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면서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들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 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꺾였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도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물가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집계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까지 치솟아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정점을 찍었다.

높은 물가 수준뿐 아니라 그 속도와 범위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린 반면,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압력도 커져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물가 상승의 확산 정도가 광범위한 상황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정점 시기를 오는 '3분기 말 또는 4분기 초'로 보고 있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2.25%에 대해 "중립금리의 하단에 가깝고 아직 중립금리에 왔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한두 번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시장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2.75~3.0%로 전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0.25%포인트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물가 상승 전개 과정이 앞으로 몇 달은 6% 조금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3분기 후반쯤부터 약간 꺾인다는 가정하에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다거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양방향 모두 우리가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운용을 강조하는 이 총재의 특성상 늦어도 4분기 초까지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냐'는 질문에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강하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생각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또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평균적으로 50~90bp(1bp=0.01%포인트), 최대로는 100bp가량 격차가 났다"면서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는 큰 의미가 없고,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고 방역조치가 강화되면 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을 감안해 미리 정책에 나설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오는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릴 예정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왑을 직접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왑은 미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미 연준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병준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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