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고 머리 자르는 직장인도..짠내나는 '무지출 챌린지'

문가영 2022. 7.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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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지금 짠테크 중
"한푼도 아깝다" 무지출 챌린지
미용실 대신 머리 직접 자르고
냉장고재료 소진하는 '냉파'도
"한푼이라도 벌자" 중고품 팔고
경품 행사 참여해 커피 해결
"구매력 감소, 경기악화 신호"

◆ 고물가가 바꾼 소비풍경 ◆

13일 점심시간에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컵라면, 즉석밥과 김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물가가 오르자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직장인 강 모씨(27)는 최근 머리가 너무 길어서 미용실을 찾으려다 유튜브를 보고 본인이 직접 자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위질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유튜브를 따라 하니 나름 만족스러운 머리 모양이 나왔다. 강씨는 직장에서도 지난달부터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해 계속 '무지출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생) 사이 하루 지출 제로(0)를 실천하는 '무지출 챌린지' 열기가 뜨겁다. 각종 이벤트나 중고거래 등을 활용해 한 푼이라도 벌어 생활비에 보태고자 하는 '부수입족(族)'도 늘고 있다. 올 들어 '영끌'로 투자한 주식·코인 등 자산 가격이 뚝 떨어지고 물가마저 오르면서 실질자산이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질자산이 감소하면 지출 감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MZ세대에 번지고 있는 '무지출 챌린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주일에 며칠 '무지출'에 성공했는지 인증하는 것까지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는 계층은 자취생부터 4인 가족까지 다양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냉파(냉장고 파먹기)'가 대표적이다. 자취생들은 부모님 집에서 받아온 반찬을 활용해 끼니를 해결한다. 미용실에 가지 않고 머리를 직접 자르거나 각종 이벤트에 참가해 경품으로 딸려오는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간식을 해결한다. 이 같은 '무지출 챌린지'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와 더불어 일상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활용해 소소한 부수입을 올리는 '부수입족'도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안 쓰는 물건을 중고거래로 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이를 SNS에 인증하는 일도 늘고 있다. 안 입는 옷부터 우산, 에코백까지 파는 품목도 다양하다. 이를 통해 하루에 1000~5000원씩 소소하게 부수입을 벌고 지출에서 제하면 '무지출'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의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6월 월간순이용자수(MAU)는 1800만명으로 나타나 작년 12월(1700만명) 대비 5.9% 증가했다.

직장인들은 식대를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는 추세다.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 모씨(32)는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매일 점심을 사 먹으면 돈 모으기가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편의점 도시락이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 애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생활비가 절약된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 급등으로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우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5% 늘었다. 품목별로는 즉석식품(12.2%), 가공식품(14.8%) 등 식품류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앞서 편의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올 들어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반면 준대규모점포(SSM)와 대형마트 매출은 5월 기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8%, 3% 감소했다. SSM에서도 가공식품 (1.7%) 매출은 증가했지만 농·수축산(-5.6%), 일상용품(-5.1%) 등의 판매는 감소했다. 가구마다 지출을 줄이고자 장 보는 일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급등에 따라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이 낮은 청년계층의 구매력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처럼 수요가 감소할 경우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가가 더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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