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글로벌 제재에 임대 여객기 400대 인질로 잡고 있어" WP
기사내용 요약
러시아, 수십억 달러 상당 임대 여객기 반환 거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자, 해외에서 임대한 항공기를 반납하지 않고 자국 내에 '인질'처럼 억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달 초 스리랑카 법원이 현지 공항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막 이륙하려던 아에로플로트(러시아 항공사) 항공편을 결항시키는 사법 명령을 내렸다. 이는 아에로플로트에 항공기를 임대해 준 아일랜드 회사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이 항공기의 반납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관광 수입과 연료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인도의 남쪽 끝에 위치한 열대 섬(스리랑카)에서 외교적 분쟁을 촉발시켰다.
먼저, 아에로플로트 항공사는 그 섬으로 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켜 레저 여행객들의 스리랑카 유입을 막았다. 그리고나서 러시아는 이미 식량·연료 부족과 광범위한 불안으로 야기된 경제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유럽의 한 관리가 전했다.
며칠 뒤에 법원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억류한 여객기의 비행을 허가하는 새로운 결정을 내렸고, 해당 여객기는 러시아로 떠나 현재 모스크바~키르기스스탄을 정기 운항하고 있다.
스리랑카에게 아일랜드 소유의 여객기를 둘러싼 싸움은 지난 주 시위대가 대통령과 총리의 자택을 습격하여 대통령직 사퇴를 약속하고 대통령을 국외로 탈출시키는 등의 혼란으로 이어진 긴 일련의 사태의 한순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4개월에 걸친 서방 제재에 맞선 치열한 싸움에서 거둔 승리였고, 이는 러시아가 특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취약한 국가에서 경제를 방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재가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징후가 있다.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자동차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96.7%나 급감해 해당 업계의 60만명 고용이 위협받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는 외국계 소유의 공장들이 문을 닫고 국내 공장들이 서구 부품들을 수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제조업의 광범위한 붕괴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내 수백 개의 외국계 기업들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인플레이션은 16%에 달하고 국내총생산은 8.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러시아 재무부 및 중앙은행 고위관료인 세르게이 알렉산셴코는지난달 30일 뉴스레터에서 "쇠퇴의 가능성은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군사 및 사회 안전망에 자금을 지원하는 수익성이 높은 석유 및 가스 수출을 포함한 일부 요인들은 러시아에 계속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핀란드의 비영리 단체인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센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초기 100일 동안 화석 연료 수출로 약 930억 유로를 벌어들였다.
러시아는 제재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곳에서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 항공은 그 분야들 중 하나다.
현재까지 러시아 항공사들은 400대 이상의 항공기와 서방 회사들로부터 임대받은 많은 항공기 부품들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으며, 리스 회사들은 100억달러의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한다고 WP는 보도했다.
러시아로부터 여러 엔진을 회수할 수 없었던 에스토니아의 항공 서비스 회사 최고경영자인 리스토 마에츠는 "제재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장기적인 목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들은 의도했던 것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취약점 중 하나를 겨냥해 고안됐다. 이 항공 제재는 해외에서 제조되고 서방의 리스 회사가 소유한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에 의존한다. 항공 데이터 분석 기업인 시리움(CIRIUM)의 글로벌컨설턴트 책임자인 롭 모리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날 러시아 상업용 비행기 968대 중 515대가 비(非)러시아 리스회사의 소유였다.
심지어 에어버스 A320과 보잉 737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호이 슈퍼제트, 이르쿠트 MC-21과 같은 러시아 내에서 제조된 항공기들도 미국과 유럽의 엔진, 항전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러시아의 한 국영기업이 MC-21을 위한 완전한 국산 엔진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제재조치로 서방 기업들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비행기를 회수해야 했다. 유럽, 북미, 아시아 37개국 연합에 의해 시행된 전례 없는 일련의 수출 규제는 러시아에 새로운 비행기, 부품, 소프트웨어 판매를 금지하고, 러시아가 운영하는 항공기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것도 막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기관이 임대한 보잉 여객기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러나 시리움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방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여한 515대 중 80대 정도만 회수했다. 항공 컨설팅 업체인 에어로다이내믹스 어드바이저리(Aero Dynamic Advisory)의 마이크 스텐겔 컨설턴트는 "리스 회사들은 러시아 내에 배치된 항공기 대부분이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항공기 리스업체인 아일랜드의 에어캡(AerCap)은 러시아 내에만 100대 이상의 비행기가 멈춰 서 있으며, 이에 대해 35억달러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에어캡만이 영향을 받는 리스 회사는 아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 본사를 둔 항공 정비 회사 마그네틱MRO(Magnetic MRO)’측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러시아 항공사에 보잉 엔진 4대를 임대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수출 통제가 시행되면서, 이 회사는 엔진을 되찾기 위해 한 달간의 기간을 줬지만, 러시아 항공사는 반환을 거부했다.
미국 항공부품협회 제이슨 딕스타인 법률고문은 "항공사들이 결국 비행기를 되찾는다 해도, 고민은 끝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자국 회사들에게 비행기용 예비 부품 생산을 허가했기 때문에, 이 비행기들에는 서방 기관들에 의해 엄격한 검사를 받지 않은 부품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리스회사들 사이에서는 (비행기를) 회수하더라도 항공기의 가치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비행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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