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바이든 방문 앞두고 가자지구 주민에 워크퍼밋 '찔끔' 신규 발급..이·팔 평화회담은 언제?

박효재 기자 2022. 7.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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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민정사무소에서 팔레스타인 국적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 취업허가증(워크퍼밋) 발급 확대 등 양국 간 긴장 완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기구인 코가트(COGAT)는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거주 주민들이 이스라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신규 워크퍼밋을 1500건 더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가자지구 주민 중 이스라엘 취업 가능 인구는 총 1만55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2007년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며 이스라엘이 봉쇄에 들어간 이래 최대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C구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 조성을 위한 용도지역 계획 6개를 승인했으며, 북부에 신규 차량 건널목도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은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의 민간 통치를 허용한 구역으로 서안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한다.

COGAT는 서안과 가자지구 거주 미등록 이민자 5500명의 지위도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합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주민과 결혼해 정착한 외국인들의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초래된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며, 평화회담 절차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55년 군사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15년 전 하마스가 좌파 세속주의 정당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에서 정권을 잡자 하마스의 자체 무장을 막겠다면서 모든 육·해상 통로를 통제해 이 지역 상업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전기 공급은 하루에 12시간만 허용되고 있으며, 공급되는 물의 97%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 전체 210만명 주민 중 64%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으며, 80%는 국제 원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AP통신은 현재 C구역에서도 이스라엘 당국에 허가 없이 건설된 건물들은 바로 철거되고 있으며, 서안의 40%는 이스라엘 군사시설과 향후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C구역에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33만명,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그보다 많은 45만명이 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C구역에서 유대인 정착촌 주택 2만5000여개 건설이 승인되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용 주택 건설 계획 승인은 수십건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서안을 점령하자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자국민이 들어와 살게 했다. 다수 국가들은 점령지로 자국민 이주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은 향후 건설할 국가의 중심 지역으로 여겨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에 아랍계 정당까지 합류한 ‘무지개 연정’이 들어서면서 한때 팔레스타인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극우 정당 야미나가 주도하는 연정은 이전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강경 기조를 계속 이어갔다. 유대인 정착촌 인구는 현재 팔레스타인 전체 주민 수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명까지 늘었다. 국제사회와 바이든 행정부는 근본적인 평화대책으로 ‘두 국가 건설’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관련 회담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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