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토막·주총장 시끌..금호석화 주가 뚝

김제관 2022. 7.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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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값 급등·中봉쇄 후폭풍
2분기 영업이익 54% 감소전망
박준경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에
사촌 박철완 전 상무 반대 의사
주가 하루만에 8% 빠지기도
금호석유화학이 '업황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원자재 가격 상승, 주력 제품 수요 감소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2분기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불거지는 경영 승계 관련 잡음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금호석유화학은 주당 12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0일 16만3000원에 달했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23.9% 빠졌다. 특히 최근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28일(14만5500원) 이후 보름간 14.8% 떨어졌다. 지난 11일 하루 낙폭만 8%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부진한 원인으로 실적 악화를 꼽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13% 감소한 34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생산품인 페놀유도체 부문의 1분기 실적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라 급감했는데, 2분기에도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NB라텍스 업황이 하반기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금호석유화학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NB라텍스는 의료용 장갑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하반기부터 NB라텍스 생산설비 증설을 적극 추진했고, 지난해에만 7만t 규모 설비를 증설하며 총 71만t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시장점유율은 35%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경쟁 업체들이 NB라텍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장기화되는 경영권 분쟁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의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지분을 8.58%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준경 부사장(7.21%)보다 지분율이 높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준경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준경 부사장이 경영권 다툼을 종결지으려면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오너 일가가 쓸 수 있는 실탄은 충분하지 않다.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부사장이 보유한 주식 중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 승계 작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다른 화학주들의 하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업종 대표주인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8948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 이 중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4900억∼5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1조32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화학주 실적 전망이 악화한 주요 원인으로는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이 꼽힌다.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의 2분기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한 t당 884달러를 기록했다. 화학업체들은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로 제품을 만드는데, 나프타는 보통 석유화학 제품 제조 원가에서 70%가량을 차지한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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