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MBTI로 연애·채용까지?..과몰입 금물
[앵커]
요즘 'MBTI'라는 성격유형 검사가 유행입니다.
심지어 기업 채용 때 MBTI를 참고하는 곳도 있다는데요.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선입견을 갖게 하거나 성격을 쉽게 단정짓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네 가지로 나뉘는 혈액형 묻는 분들, 많았습니다.
'A형은 소심하다', 'O형은 활발하다'는 식으로 성격을 파악하는 건데,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하죠.
요즘은 다른 지표가 인기입니다.
MBTI라는 심리 검사인데요.
문항에 답하면 16가지 중 한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해 줍니다.
정식 MBTI 검사는 아니지만, 이런 유사 검사들이 인터넷에 무료로 올라와 있어서 십여 분 정도만 투자하면 쉽게 결과를 볼 수 있는데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줄줄 외우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의 한 회사, 직장인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언제부턴가 혈액형 대신 MBTI가 화제입니다.
["(I겠다 E겠다는 보이지 않나?) 저 E 같다면서요, 나 완전 I인데."]
["(인프피(INFP)들 약간 한결같기는 하지.) 망상 많이 하고 되게 내향적이고."]
MBTI는 4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성향에 따라 각각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요.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감각적인지 직관적인지 등 결과를 조합해 모두 16가지로 성격 유형을 분류합니다.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상대방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데요.
하지만 이런 MBTI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수많은 개인차가 있음에도 단순한 분류를 통해 나와 상대방의 성격을 쉽게 단정 짓고 틀에 가둔다는 겁니다.
회사에 잘 다니곤 있지만, 자신의 MBTI 유형이 신경 쓰이는 이 남성.
이른바 '예술가형'이라는 ISFP 성격 유형이 나와서인데요.
[이형규/서울 종로구 : "ISFP라고 하면 '누워있는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얼마 전에 TV에도 나오고 그랬었는데. 뭔가 게을러 보이고 누워서 일어나고 싶어 하지 않아 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죠."]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을 반영하지 못하는데도, "넌 이런 사람"이라고 못 박는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홍유주/서울 서초구 : "MBTI가 뭐다라고 하면 저 사람은 저럴거야라고 주입을 시키니까 사람들도 그걸 약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안 좋은 것 같아요."]
소개팅할 때도 MBTI부터 묻는 분들, 많다고 합니다.
이런 유형별 궁합도 나와 있는데요.
연애할 때 특정 유형은 미리 거르고 아예 안 만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다수의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MBTI 유형을 물어봐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MBTI 유형을 채용에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아무리 참고용이라지만 이젠 "성격도 스펙이냐"는 지망생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요.
채용 조건에 MBTI를 건 회사에는 지망하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기도 하는데요.
MBTI는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아,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오주영/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네 가지 항목의 하나하나는 재현성이 높은 편인데, 하나하나가 다 맞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16가지 중의 하나가 재현되려면 확률이 생각보다 떨어지게 됩니다. 너무 내 성격을 하나로 단정 짓고 그것에 나를 가두고 이런 것들은 많이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몰입하기보다는 사람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MBTI로 선입견을 갖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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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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