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90cm 이창용의 보폭은 컸다..사상 첫 '빅스텝' 내딛기까지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키 190㎝의 장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마침내 내디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1.75%에서 2.25%로 전격 인상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수장 자리에 오르기 이전인 지난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것"이라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기준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사상 최저점을 찍었던 2020년 5월(연 0.50%)과 비교해 무려 1.75%포인트(p)나 올랐다. 이로써 2014년 8월(2.25%)에나 봤던 기준금리를 7년 11개월 만에 다시 보게 됐다.
이 총재의 큰 키가 새삼스레 조명받는 이유는 그의 행보가 2m의 거구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이 총재와 마찬가지로 볼커 전 의장은 1979년 8월 취임 직후 곧장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기준금리 4%p 인상을 시작으로 과감한 초(超)고금리 정책을 단행했다. 1979년 9월 11.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반년 만인 1980년 3월 20%까지 급등했다.
이는 시장에서 가히 '학살'로 표현됐다. 시중 돈줄이 마르면서 주식과 집값이 폭락했고, 곧 기업들의 줄파산과 실업률 폭등으로 이어졌다. 연준 건물로 시위대가 몰려와 군대가 배치됐으며 볼커는 살해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처했다.
경기 침체라는 희생을 치르면서도 볼커 전 의장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초고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으며 결국 인플레이션이 잡히며 미국 경제는 안정 궤도로 접어들었다.
사실상 이 총재 취임 전부터 인플레이션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금통위는 지난 4월 이 총재 없이 치러진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결정한 뒤 통방문을 통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 성장론자로 꼽히던 이 총재 앞에 공교롭게도 볼커 전 의장과 마찬가지의 '매파로서의 길'이 놓여 있었던 셈이다.
이에 그는 4월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의 심리가 지금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 데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가 '빅스텝'을 처음으로 언급한 건 그로부터 대략 한 달 후다.
그는 지난 5월 1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입장에선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어떻게 변화할지,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좀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원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볼 정도로 치솟을 때였다. 금융권에선 이 총재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한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어서 이 총재는 지난 5월26일 열린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빅스텝 발언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라며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가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 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지난달 3.9%로 치솟았다. 2012년 4월 이후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에 따라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이 총재는 0.50%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6%대의 높은 수준, 특히 근원 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기에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운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또한 우리나라 '빅스텝'을 지지하는 근거로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25%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연 1.50~1.75%)보다 높지만,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택하면 2.25~2.50%로 오르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곧바로 역전된다.
이에 따른 달러·원 환율 추가 상승 압력까지 감안하면 '빅스텝'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13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고 9%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연준이 0.75%p를 넘어 1.00%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00%p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연준 목표 2%에서 훨씬 더 멀어지거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장신의 이 총재가 당분간 매파의 길을 계속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당분간 금리는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향후 물가 흐름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빅스텝이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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