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알바 좀 해야겠다"..치솟은 환율에 학부모 한숨
학부모·유학생 이중고
학부모 "생활비·환율따지면
작년보다 1천만원 더 들어"
유학생 비행기값 아끼려고
귀국 미룬채 '알바' 뛰기도
1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2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303.9원) 대비 8.2원 하락한 1312.1원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원화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8.6%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 발표한 6월 미국 CPI 상승률은 그보다도 높은 9.1%에 달했다.
고환율·고물가로 해외로 빠져나간 유학·연수 지급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8억9440만달러에 이르렀던 유학·연수 지급액이 올해 1분기에는 7억1200만달러로 20% 이상 감소했다.
학비 감당이 안 돼 등록을 미루는 '등록 유예 유학생'이 늘어 송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학생들이 당장 유학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환율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학기 등록을 미루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A유학원 원장은 "고환율로 일부 학생들이 이번 가을학기 등록을 포기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오래 기다린 학생들은 부담이 돼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비 납부 연기를 부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서울 종로구 소재 B유학원 관계자는 "환율로 인해 학비가 크게 뛰다 보니 나눠서 내게 해달라거나 납부 기일을 늦춰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환율 변동을 확인해서 조금이라도 떨어졌을 때 송금하려는 눈치 싸움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달러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도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신음하고 있다. 미국에서 4년째 유학 중인 김 모씨(24)는 "1달러가 1300원을 넘으며 생활비와 학비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학비는 내야 하는 날짜에 맞춰서 한번에 내야 하다 보니 지금 환율로 보면 1년 학비가 500만원 정도 올랐고, 생활비와 앞으로 더 오를 환율까지 생각하면 거의 1000만원 넘게 오를 것 같아 이전과 차이가 크게 난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또 다른 유학생 장 모씨(23)는 "환율 때문에 생활비를 줄이려고 외식을 줄이고 커피도 끊었지만 미국 물가가 너무 올라 소용이 없다"며 "환율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미리 돈을 많이 받아 놓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월세와 비행기값이 아까워 여름방학에 귀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유학생 엄 모씨(31)는 "고환율에 물가도 올라서 주변 유학생들은 방학에도 한국에 못 가고 남아서 일하는 추세"라며 "집 거실에서 자는 룸메이트까지 구할 정도로 힘들다"고 성토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은 미국 금리와 한국의 무역수지 같은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데, 하반기에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고환율 기조가 뚜렷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1500원을 넘었는데 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상황에 따라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가파르게 오르던 미국 물가상승률이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물가는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을 잡기 위해선 한미 양국의 통화 스왑이 필요한데 통화 스왑이 이뤄지기 전에는 달러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당분간 고환율·고물가 기조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석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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